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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대기서(奇書)* 중 하나로 10권에 달하는 분량을 자랑한다. 워낙 에로소설로 유명하여 호기심에 시작했지만, 현대 소설에 버금가는 디테일한 묘사로 인해 명나라 시절 미시사(史)를 연구할 수 있다. 청대 소설 <홍루몽>이 홍학처럼 <금병매>를 연구하는 금학이 실제로 존재한다.
* 삼국지연의, 서유기, 수호전, 금병매
이 책의 제목은 주요 등장인물 중 여주인공인 반금련, 주요인물 중 하나인 이병아, 춘매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 <서유기>에서 무송에게 죽었으나, 스핀 오프 설정으로 남주인공이 된 서문경의 5번째 부인
** 서문경의 아이를 낳고 반금련의 시기에 의해 병사한 6번째 부인
*** 반금련이 총애한 하녀
삼국지에 비해 등장인물도 적은 편이고 서사도 단순하여 읽기에 부담이 없다. 무엇보다 생활상의 정밀묘사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심리묘사가 매우 탁월하다. 현대적인 시각에서는 여성주의 소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즉, 무수한 엽색 행각을 자행하는 서문경이나 진경제이 주인공이 아니다. 실제로는 이들처럼 뛰어난 남성을 공유하는 여성이 진정한 주인공이자 독자라고 보아야 한다. 심지어 진경제는 꽃미남에 BL 설정까지 존재한다.
넷플릭스의 리얼 예능 <셀링 선셋>에 나오는 여자 공인중개사들 간 기싸움이 떠오른다. 스토리라인은 현재는 일부일처제를 법제화하여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지만(대기업 지배 구조에서 보듯이 실제로는 존재하겠지만) 처첩 갈등이 주요 내용이다. 엄밀히 말하면 첩첩 갈등이 맞다. 정부인 자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명만 존재하기에 첩들의 신경전이 죽음을 불사하는 지경이다. 소설을 통해 일부다처제 간접 체험이 충분히 가능하다.
아래는 부자 서문경의 친구비를 받고 사는 상시절이 아내와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이들은 주변 인물에 불과하지만, 부부간 애틋한 정을 묘사한 부분이 아름답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이 이 소설을 인정(人情) 소설이라고 평한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당신이 좀 전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잖아. 마음 같아서는 양고기가 아니라 소라도 잡아서 먹이고 싶은 심정인걸.”
하자 이 말을 듣고 부인은 상시절을 가리키며 말했다.
“입만 살아서는! 오늘 일을 가슴에 잘 새겨두고 앞으로 당신이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겠어요!"
“나를 보고 ‘사랑하는 내 낭군님' 하고 부를 때가 올걸. 그때 가서 내 어디 당신을 용서하나 봐. 어떻게 될지 두고 보라지."
이 말을 듣고 부인은 웃으며 우물가로 물을 길러 갔다. 그러고는 밥을 짓고 고기를 한 접시 썰어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여보, 식사하세요.”
하고 외쳤다. 상시절은,
“나는 좀 전에 서문 나리 댁에서 식사를 해서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 당신은 굶어서 배가 고플 테니 많이 먹도록 해요.”
이 소설을 단 한 단어로 줄인다면, 영고성쇠(榮枯盛衰)*라고 부를 수 있다. 하녀 춘매는 서문경의 사망 후 잘나가는 무관인 주수비에게 시집을 가서 서문경의 미망인(정부인)인 오월랑을 돕게 된다. 한순간에 신세가 뒤바뀐 것이다.
* 사물의 성함과 쇠함이 서로 뒤바뀜
잠시 뒤에 춘매가 자리에서 일어나니 월랑도 더는 붙잡지 못했다. 하인들에게 등불을 밝히게 하고 작별을 고하고 대문을 나서 가마에 오르니, 하인들과 어멈들도 작은 가마를 타고 앞뒤로 등불 네 개를 밝히고 군졸들이 길을 열라고 크게 외치면서 출발했다. 바로, 때를 만나면 무쇠도 빛을 발하고, 운이 다하니 황금도 빛을 잃는 법이 아닐 수 없다.
아래는 진경제가 철없이 행동하다가 쫄딱 망해서 첩이었던 기생 풍금보를 만나는 대목에 등장하는 시이다. 작가의 의도는 등장인물에 대한 풍자일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영고성쇠의 연장선 상이라고 볼 수 있다. 화양연화(花樣年華)*처럼 아름다운 순간이 순식간에 지나 덧없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 성숙한 여인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한 시절을 은유하는 말
인생에서 비단 옷을 아끼지 말고
인생에서 젊은 시절을 헛되이 살지 않기를.
꽃을 보고 꺾고 싶으면 꺾어라
꽃이 없으면 빈 가지만 남느니.
人生莫惜金縷衣 人生莫負少年時
見花欲折須當折 莫待無花空折枝
주요 주인공들은 예외 없이 20~30대에 자신의 욕망에 가장 충실하게 행동한 대가로 비극적인 치정(癡情) 사건에 휘말려 비명횡사한다. 교훈을 주기 위해 쓴 소설이 아니라, 욕망의 본성을 이야기한다고 본다.
다시 라캉으로 돌아가, 이 소설의 주제는 바로 고통과 쾌락의 집합체인 주이상스(Jouissance) 아닐까? 따라서 이 책을 덮게 되면 출가하여 천수를 누린 (서문경의 아들) 효가보다 알몸으로 비명횡사한 (쫓겨난 사위) 진경제가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여타 고전소설처럼 단순하지도 않고 심리도 잘 묘사하니 좋더라. 대국의 걸작 중 하나인듯
이 댓글을 마음에 잘 새겨두었다. (금병매식 유머)
홍루몽도 이거랑 통하는 데가 있으니 그것도 함 읽어보면 좋음
응 4대기서 + 홍루몽 1독은 꼭 해볼려구, 자치통감은 언제 완독할꼬 ㅋㅋ
와 재밌겠다 삼국지 수호전 서유기 홍루몽 다 읽었는데 금병매만 안읽었네 사놓긴 했는데. 얼릉 읽어야게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