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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갤에서 추천 받아 구매한 책.
사실 읽은 지 좀 됐지만 그냥 생각난 김에 간단 감상 올려보는 고야요.
추천글에서도 좀 투박하고 시마다 편차가 크다고 했는데 읽어보니까 정말이었음.
그래도 몇 개의 시는 확실히 기억에 남았으니 애매하게 좋은 수준에서 애매한 좋은 완성도를 가지느니 이런 게 훨씬 나은 시집인 듯.
산문이라면 곤란하겠지만 시니까 뭐... 시집을 시집 전체로 점수 매기지 말고
시집 안에 실린 시들을 각각의 작품으로 분류한다면 고점을 따져야지 저점은 일단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인상 깊었던 시 써봄.
이탈한 자가 문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3란한 태양은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 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 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황금빛 모서리
뼛속을 긁어낸 의지의 대가(代價)로
석양 무렵 황금빛 모서리를 갖는 새는
몸을 쳐서 솟구칠 때마다
금부스러기를 지상에 떨어뜨린다
날개가 가자는 대로 먼 곳까지 갔다가
석양의 흑점(黑點)에서 클로즈업으로 날아온 새가
기진맥진
빈 몸의 무게조차 가누지 못해도
아직 떠나지 않은 새여
피안(彼岸)을 노려보는 눈에는
발 밑의 벌레를 놓치는 원시(遠視)의 배고픔쯤
헛것이 보여도
현란한 비상(飛翔)만 보인다.
물방울은 빈도로써 모래를 뚫지 못한다
죽음 하나하나가 베이스 캠프다
바람과 안개가 하루에도 열두 번
길을 만들고 또 지우므로 나그네는
모래 위의 낙타뼈와
그보다 몇 걸음 앞에 놓인 사람뼈를 보고
길잡이를 삼는다
그러므로 뼈는 별
죽음 하나하나가 生의 징검다리다
나그네는 마지막 징검다리의 몇 걸음 앞에다 자기 뼈를 남기고
그런 식으로 만리(萬里)를 가야
사막을 횡단하는 나그네 하나 생긴다
물방울이 빈도로써 바위를 뚫듯
만인(萬人)의 징검다리가 길 하나를 뚫었지만
아으, 바람과 안개
다시 만인분(萬人分)의 뼈를 남겨야 사람하나 횡단시킬 수 있다
아니다 이번엔 사람이 먼저 죽고 낙타가 길을 건넜다
건넌 사람 아무도 없었으므로
사막엔 길이 없다 한없이
뼈는 별.
호라지좇 : 김중식
난 원래 그런 놈이다. 저 날뛰는 세월에 대책 없이 꽃피우다 들켜버린 놈이고 대놓고 물건 흔드는 정신의 나체주의자다 오오 좇같은 새끼들 앞에서 이 좇새끼는 얼마나 당당하냐 한 시대가 무너져도 끝끝내 살아 남는 놈들 앞에서 내 가시로 내 대가리 찍어서 반쯤 죽을 만큼만 얼굴 붉히는 이 짓은 또한 얼마나 당당하며 변절의 첩첩 山城 속에서 나의 노출증은 얼마나 순결한 할례냐 정당방위냐 우우 좇같은 새끼들아 면죄를 구걸하는 告白도 못 하는 씨발놈들아
위의 네 개의 시 중 황금빛 모서리와 물방울은 빈도로써 모래를 뚫지 못한다는 추천글에서 이미 읽었으니 사실상 남은 두 개를 읽기 위해
이 시집을 샀고, 이 시집 전체를 읽었다고 볼 수 있겠노....
아니 호라지좆은 씨발놈들아 타령 하는 게 재밌어서 꼽은 거니 사실상 하나의 시를 더 읽기 위해 이 시집을 샀고, 시집 안 시들 모두를 읽었다 볼 수 있겠노...
심지어 이탈한 자가 문득 저거 시집의 첫 번째 시임.
이번 책 구매는 샛별이 승리!
현대 시집이라는 건 그다지 신뢰를 할 수 없어 읽지를 못하겠어 저자도 모른 체 도서관에 꽂혀있는 그 얇은 소책자 같은 것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현대인의 인공적 발상으로 짜인 기성품 같아 읽기가 두렵다. 그래서 비겁하게 도망친다 그래서 본인은 오늘날까지 고금와카집 같은 거나 뒤적이며 연고 없는 아름다움으로 침전하기만 하는 것 같다...
남들 추천 받은 거 읽으면 됌
추천 좀
황금빛 모서리
본문에 언급된 시들이 가장 좋긴 하지만, 식당에 딸린 방 한 칸, 목과, 아직도 신파적인 일들이, 이탈 이후, 비애, 일관성에 대하여,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미드나이트 헤드라이트, 아아, 깃발, 불더미에 달궈지고 달구어진..., 양계장에서, 매인 데가 없는 삶, 수차. 이 정도 시들은 두고두고 읽어도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