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싫었는데 북스터디때문에 읽었다.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소설이다. 하지만 단점이 너무 크게 다가온다.
82년생 김지영의 장점은 이 책이 예리한 시선과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는 '과장'이라고 하고 싶을 것이고, 실제로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성년 이상의 한국남자가 읽고 찔리기에 충분한 내용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개인적으로는 외삼촌을 대학 보내기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든 어머니가 생각나기도 했다. 남자도 이럴지언데 실제로 그런 삶을 비슷하게 살아낸 여자들에게는 더욱 뼈저리게 와닿을 것이다. 이 책이 대단한 인기를 얻고 또 의미를 가지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하고 싶은 말도 물론 중요하지만, 소설의 형식에 담아낸 이상 소설로서 평가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소설로서 낙제점 이외에 다른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이 책은 82년생 한국 여자들의 보편적 경험담을 그리기 위해 주인공을 대단히 무색무취한 인물로 설정했다. 그 결과 독자들은 180페이지에 이르는 소설의 주인공인 김지영 씨가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그리하여 인물의 성격과 욕망이 사건을 일으키고, 사건이 또 다른 사건의 인과가 되는, 이야기의 기본 구조 자체가 사라졌다. 이야기가 사라진 자리엔 맥락도 없는 사건들이 각 페이지마다 툭툭 떨어져있다. 그리고 그 맥락을 채우기위해 통계적 근거를 보증하는 각주까지 동원한다. 도대체 이게 소설이 맞는가?
캐릭터의 독백, 속마음이랍시고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서술한 부분이 종종 보이는 것도 뜨악하다. 작가는 그렇게 자기 뇌를 스치는 생각을 거리낌없이 삽입하는 짓이 작품의 최소한의 완성도마저 갉아먹는다는 걸 모르는 듯 하다. 대표적으로 김지영의 일화를 들은 병원 의사인 화자가 육아 문제로 퇴사한 부하 여직원을 평하는 이 소설의 마지막 문단이 있다. 고집스러울 정도로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이 소설에서 그나마 간접적인 방식으로 의미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하지만 작가는 자기 생각을 주체하지 못하고, 지금 본인이 쓰고 있는 부분이 1인칭 시점임을 몰각한 나머지, (여직원이 일은 잘했지만 육아 때문에 퇴사했으니) "병원 입장에서는 고개를 잃은 것이다."라는 기이한 문장을 삽입한다. 자기 병원이 고객을 잃었는데 '병원 입장에서는~"이라고 하고 있다. "결과적으론 고객을 잃은 셈이 됐다" 정도가 적절했다.
결국 82년생 김지영은 담긴 내용의 강렬함과 정치적으로 가지는 의미에 비해 문학적으로는 초라한 소설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문학적으로 형편없는 이상 나는 이 책을 도저히 좋게 봐줄 수가 없다. 한국인들은 소설을 잘 읽지 않으니 영화에 대입하면 와닿을 것같다. 우리가 어떤 영화를 걸작이라고 부르는 가장 큰 이유는 주제의 훌륭함이 아니라 주제를 말하는 형식의 탁월함이다. 숭고한 내용을 힘주어 말해봤자 영화적으로 제대로 번안해내지 못한다면 그 영화는 졸작이다.
그리고 그 점은 이 소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82년생? 어머니? 흠.. 그럴 수 있지
나는 이 책을 문학의 기준에서 판단하려는 시도는 아예 하지도 않았지만 82년생 즈음한 남녀가 보기에 공감한다면 나로선 할 말 없을듯. 단 내 세대에서는 너무 비약적이고 일반화된 얘기라고 보임. 만약 저런 여성이 있다면 그게 오히려 특수한 상황이겠거니 한다.
62년생 어머니 세대 라면 몰라도 콩지영 세대 여자가 뒷바라지 희생 ?
글쓴이는 역시 나이대가 그 즈음인가? 개인의 감상에 태클 걸고 싶진 않지만 그 장점이라는게, 독자의 연령대가 몇이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