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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야만탐정은 좀 중언부언한다고 생각했는데 칠레의 밤은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을 정도로 분량도 짧으면서 여러 미학적 열쇠어들의 엮임과 섞임도 경쾌하게 이루어진다

문단 나눔없이 주루룩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각각의 이야기들은 나름의 단편 소설처럼 완성도 있고(특히 제화업자의 이야기는 루슈디의 피렌체의 여마법사의 조각가 이야기에 필적할 정도로 소설 한가운데서 빛나고)

화자의 문학적 상황과 칠레의 정치적, 역사적 사실, 그 둘을 엮는 대범한 상상력 등은 비슷한 과거를 가진 한국에선 왜 이런 시도가 없었나 슬플 정도로(박정희에게 문학 강의를 하는 소설가 이야기라던가 좀 써줘) 빼어나다...

후장팸들이 왜 볼라뇨를 빨까 생각하면 문학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카프카를 좋아한다면 볼라뇨를 싫어하긴 힘들 거 같다. 카프카처럼 실존의 공포와 삶의 길잃음을 다루면서도 흘러넘치는 문학인들의 나열과 레퍼런스의 범람이 독붕이 계열 인사들이 책 읽는데 카프카 이상의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 보임.

일반인들이 삶의 간단한 인상들을 엮어 어딘가 나른하고 허무한 세계를 그려내는 하루키에게 열광하듯, 지하생활자처럼 텍스트와 서사에 매달리는 시대착오적인 독붕이계 인간이라면 볼라뇨에 하루키 열광하듯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