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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 장편소설 전집 독파를 위해,
<마음>, <산시로>, <그 후>, <문>, <도련님>, <풀베개>, <태풍>,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을 읽고 나서...
이제 <우미인초>를 꺼내려고 할 때 쯤,
예전에 사두었던 미시마 유키오의 <문장독본>이 눈에 띄었습니다.
내가 왜 소세키 소설을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일까?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읽으면서 왜 아름다움이 느껴졌던 것일까?
이런 생각이 먼저 들어서 고민을 하다가 <우미인초>를 넣어두고 이 책을 읽기로 하였습니다.
소설이 아니라서 어떤 감상평을 남겨야 할까 고민이 들지만,
좋은 소설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
나도 이러한 좋은 문장들을 쓰고 싶다는 생각,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면 좋은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미시마가 말하는 격조와 기품이 이 책의 문장에서도 드러난다고 생각이 드네요.
군더더기 없는 짧은 문장에, 독자에 대한 아첨이 없는 문장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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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악문이 나쁜 이유는 작가가 자신의 감각을 끝까지 성실히 파고들지 않고, 독자에 대한 아첨과 적당한 리얼리즘과 적당한 상상력, 그리고 세상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 정신 위에 쓰였기 때문이며, 그래서 추악한 문장이 되는 것이다. (p.62)
제가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는 연습을 자의든, 타의든 하게 되었을 텐데, 그때 쓴 글들이 적당한 아첨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 문장들이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이 문구를 보고 다시 초등학교 때로 돌아가서 새로 글을 쓰고 싶어졌을 정도였습니다.
희곡의 대화는 각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고 있어서 한 줄 한 줄의 대화는 소설의 문장처럼 연속을 이루는 흐름이 아니라, 마치 바닷속을 헤엄치는 돌고래가 해수면 위로 뒷모습을 보이며 튀어 오르는 것처럼, 성격의 뒷모습을 슬쩍슬쩍 보여주며 수면을 누비듯이 달려가다가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한순간 한순간이 희곡에 등장하는 각 인물의 대사이므로, 위의 문장처럼 일관된 흐름을 잘라냈다고 희곡 문체가 되지는 않는다. (p.101-102)
희곡을 읽어본 것은, 교과서에 나온 희곡을 제외하고- 모옌의 <개구리> 마지막장이 처음이고, 그 이후로 희곡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문구를 보고 희곡은 어떤 글일지 궁금해졌고, 밑줄 친 부분의 묘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희곡도 읽어보고 싶네요.
나는 소설가이다. 책상에 앉아 있다.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를 합성해 어떤 약품을 만드는 사람처럼 나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무엇인가 원소를 추출해서 그것을 문장으로 고정한다. 이런 일을 벌써 십수 년 계속하는데도 아직 기술에 기복이 있어서, 쉽게 써질 때도 있고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여러 육체적 정신적 컨디션이 나를 자극하고, 다양한 문학적 이념과 꿈과 현실이 나를 짓누르고, 글 한 줄에도 예술적 사회적 역사적 요구가 길을 가로막고 내 펜을 정체시킨다.(p.189)
그냥 문장이 아름답습니다.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를 합성하여 약품을 만든다(아마 암모니아? 얘기인 듯)는 사실적인 현상이 비유로 쓰였다는 게 저는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나는 글의 최고 목표를 격조와 기품에 둔다. (...)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문장상의 기품이나 격조라는 것은 어둠에 눈이 익숙해짐에 따라 사물이 분명히 보이기 시작하듯이, 반드시 후세 사람들의 눈에 드러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문장의 격조와 기품은 어디까지나 고전적 교양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고전시대의 미의 단순함과 간결함은 시대가 달라져도 마음을 감동시키므로 현대의 복잡성을 표현한 복잡하기 그지없는 문장조차, 조잡한 현대의 현상에 굴복하지 않는 한 어딘가에서 이 고전적 특질을 통해 현대의 현상을 극복하고 있을 것이다. 문체를 통한 현상의 극복이 문장의 최종적 이상인 한, 결국 문체의 최종적 이상은 기품과 격조일 것이다.(p.197-198)
이 부분도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면 사물이 분명히 보인다는 사실적인 현상이 비유로 쓰였다는 점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입니다. 또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미시마가 제시한 문장이라고도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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