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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매우 정치적이고 과격한 글

과열될 경우 자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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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평하기가 좀 어려운 책이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기인하는데, 책에서 몇 번이고 "가짜 노동"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자신의 노동이 얼마나 허례허식에 가까운지를 고백하는 게 어렵다는 것도 있지만, 사실 이러한 현상이 단지 노동의 시간을 신성화하기보다는 보다 일반적인 고용, 2차 대전 이후 서서히 세워진 거대한 관리자로서의 현대 선진 국가와도 맞닿는 면이 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학자도 아니거니와 이에 대해 구체적인 통계와 엄밀한 논증을 할 생각은 없으며, 최대한 간단히 이 책을 읽으며, 다른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을 종합해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상당히 단순한 이야기인데, 국가는 어떻게든 수많은 사람들을 정말로 고용하거나, 고용할 곳을 만들어야 했다. 책에서는 상당히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는 교육에 대한 문제도 이것과 깊게 얽혀 있다.



기실,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철저하고 강화된 기초 교육이라는 것은 정말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일이다. 근대 민족국가의 토대를 위해 국민들을 통일시키고 소속감을 강화해야 했던 국가 주도 교육은 이보다도 훨씬 확대되어야만 했다. <전후 유럽>에서 언급하듯 세계 대전 이후 국가-특히 유럽-는 자신의 매력을 국민에게 내세울 수 있어야 했고, 그 매력은 우리에게 익숙한 복지 국가를 만들어냈다. 이는 더 많은 국민들이, 더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당연히 품고 있었고-흥미롭게도 그래서 미국은 이 전제를 갖고 있지 않았다-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중앙 통제 식의 국가 주도 기초 교육, 그것도 꽤나 높은 수준까지 교육을 시키는 교육 체계가 서서히 완성되었다.



애석하게도 <레디메이드 인생>을 살아야 했던 더 옛날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 복지 국가의 맥락 속에선 늘어나는 지식인들에게 무언가가 제공되어야 했다. 사무직의 공격적인 확대는 또한 당시 이 복지 국가를 만드는 자유주의의 팽창 속에서 사무직이 아닌 이들과 사무직 사이의 봉급 차이를 없애야 한다는 흐름에 힘을 더 얻었다. 몸은 더 쓰지 않고 돈은 더 많이 받으며 그만큼 유식하기도 한 직장인들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는 특히 사무직 이외의 직종을 꺼리거나 참여하기 힘든 여성들의 취업 시장 대량 유입으로 더욱 가속했으며, 이러나 저러나 우리는 더 이상 사무직이 다른 직종보다 어떤 점에서든 못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가짜 노동"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오히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는 일의 거대한 양적 완화나 다를 것이 없다. 시간을 기준으로 노동량을 책정하는 일은 근대 사회에서 너무나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였으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유입으로 사무직의 노동 가치가 폭락한다면 정작 처음에 이들을 이렇게나 많이 고용하도록 사회적인 인센티브를 줄 이유가 없다. 곧, 노동 시간은 어떤 식으로든 강제로 늘려져야만 했고, 그래야 할 이유도 충분했다. 그런 상황에서 인구까지 늘고 있으니 이 노동 시간 인플레이션이 끝날 길은 없다. 하지만 대신 이 서비스업에 잔뜩 들어간 돈 덕분에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생성하는 일이라고 칭송 받으며 큰 금액의 돈을 받고 있으니 잘 된 일 아니겠는가? (이런 부분은 현재 세계 경제에서 선진국들이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높은 GDP를 유지할 수 있는 일면을 보여주는데, 그들은 말 그대로의 의미에서 "고평가"된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가짜 노동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노동의 버블이라고 할 만하다. 그리고 이 버블은 당연하게도 사무직에 종사하는 (그럼에도 여전히) 소수에게만 내려지는 행운이다. 이 책은 사회적 불평등을 지적하는 책이 될 수도 있었을 테다. 반면, 정말로 일을 하고 있는 생산직 및 여타 노동자들의 노동이 그 가짜 노동으로 부풀려지는 사무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극심한 평가절하를 연이어 당하고 있다는 것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 책을 읽을 사람들도 대체로 그 사무직, 어느 정도 우수한 교육을 받았고, 결코 사무직 바깥의 직종으로는 나가지 않을 사람들인 탓이다. (나 역시 그럴 생각은 없다.) 다만 문제는 이것이 우리가 노동을 신성시하거나, 노동 시간을 척도로 재며 일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는 데에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이다. 다시 요약하자면, 가짜 노동을 하는 이들은 그저 노동의 버블 속에서 살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뿐이고, 정말로 이를 해결하려면 거기에는 노동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점에서의 전환이 필요한 구조조정이 있을 테다.



P. S. 그런 점에서 금년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클라우디아 골딘의 연구를 반대 측면에서 눈여겨볼 만한데, 최대한 거칠게 요약하면 남녀 급여 격차의 원인은 사무직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가짜 노동"은 없이 유연한 노동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직종의 부재라는 것이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애석하게도 격차는 해소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