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눈물 나네

- 1993년 7월 19일 아침의 하늘을 보고」



  눈물 나네 눈물 나네

  눈물이 다 나오시네.

  이 서울 하늘에

  오랜만에 흰 구름 보니

  눈물이 다 나오시네.


  이틀의 연휴에

  공장 쉬고

  차 빠져나가

  이 서울 하늘에도

  참 오랜만에

  검은 구름 걷히고

  흰 구름이 떠보이니

  두 눈에서

  눈물이 다 나오시네.



- 『늙은 떠돌이의 시』(1993)




-




이남호의 『문학에는 무엇이 필요한가』에는 이른바 생태적 관점에서 서정주 시를 바라본 평론이 실려 있다. 연구사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정주 시에 대한 이러한 해석으로서는 효시가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문학은 그 자체로 녹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문학의 본질 속에는 생태적 가치가 이미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에 내포되어 있듯이 서정주의 다수의 시에 생태적 가치가 내포되어 있다는 그의 주장은 일면 원론적이고 특별하지 않은 주장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인이 이후 말년의 시에서 환경 문제를 직접적으로 노래하게 된다는 사실은 이 관점에 나름대로의 뒷받침이 되어 주고 있다. 「눈물 나네」와 「요즘 소식」이 바로 그러한 작품에 해당한다.


이 두 편의 시는 시집의 설명에 의해 1993년과 1994년에 잇따라 씌어졌음이 확인된다. 검색해보니 1993년 7월 19일은 월요일이라고 하고 당시 제헌절은 공휴일이었던 반면 평일의 토요일 근무는 전혀 생소할 게 없는 풍조였던 모양이다. 불과 이틀 연휴에 맑아진 하늘을 보고 눈물이 나올 지경이라고 하는 시인의 감개는 쓴웃음을 절로 나게 한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아침에 회사를 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면 와이셔츠가 검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에 이 시의 내용은 호들갑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은유적이고 도피의 혐의가 있기는 하지만 「요즘 소식」의 다음과 같은 구절 역시 환경 문제를 가리키는 것임은 명백하다. '뻐꾹새들도/ "가슴이 아푸다"면서/ 우리들의 산에선 떠나버리고,// 기러기들도/ "눈이 아푸다"면서/ 우리들의 하늘에선 떠나버린다. (…) 하느님 보고/ 실한 동아줄이나 하나 내려주시래서/ 그거나 타고/ 하늘 깊이 들어가서 살아야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