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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노인과 바다 첫 문장임


He was an old man who fished alone in a skiff in the Gulf Stream and he had gone eighty-four days now without taking a fish.


- 늙은이가 혼자

- skiff: 사람 하나 들어가는 작은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 Gulf Stream: 자기가 살고 있는 데로부터 멀리 떨어진, 풍파가 일고 물살이 거센 망망대해로

- 낚시하러 다님

- 그런데 84일이 지나도록 물고기 하나 못 잡음


그냥 이 주인공이 이런 상황이구나 하고 넘어가지 말고, 조금만 생각해 보자.


생각해 보면 주인공 산티아고는 무모한 행동을 미련하게 반복하는 것 같아 한심해 보임. 과정 자체도 이상해 보이고 결과도 안 나는 행동을 굳이 나이 먹고 왜 계속함?


그런데 작품을 다 읽고 다시 이 첫 문장을 읽으면, 다른 느낌을 줌.

- 첫 문장에서 노인은 우둔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아님. 주인공은 그 나이에 굉장한 신체능력을 지녔고, 멘탈이 굉장히 강하고 건강함. 그리고 바다 나가기 전에 나름대로 날씨나 물살, 새의 동향 같은 거 보고 낚시 각 계산함,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게 아님. 그냥 결과가 안 나온 거임.

- 드디어 겁나 큰 청새치를 만났는데, 불리한 여견 속에서도 길고 힘든 사투 끝에 청새치를 잡는 데에 성공함. 그 과정에서 정신적인 성장도 이뤄냄. 가령 뿌듯함도 느끼고 자연에 대한 경외감도 느끼고 '인간은 패배하지 않아'라는 생각도 함.

-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결국 한계를 극복하지 못함. 배가 작다 보니 잡은 청새치를 배 안에 들여다놓지 못해서, 돌아오는 길에 청새치를 상어가 다 뜯어먹음.

- 청새치가 겁나 컸다 보니 뼈만 남았는데도 겁나 컸다 보니, 사람들이 보고 엄청 놀라고 좋아해줌. 근데 그건 그때뿐이고, 몸은 몸대로 만신창이가 되고, 결국 낚시에 또 실패했으며, 소년마저 떠나니 또 홀로 남음.


첫 문장을 읽었을 때나 그 이후로나 주인공이 물고기 못 잡은 건 똑같음. 그리고 주인공은 저 행동을 또 반복할 수도 있음.


그런데 첫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주인공에 대한 감상과 다 읽고 나서 그 문장을 다시 읽었을 때의 감상이 같지 않음. 노인의 행동이 그다지 무모해 보이지 않고, 그의 미련함이 근성으로 보이기 시작함.


저 문장 자체는 바뀐 게 없는데, 주인공의 이야기를 알게 되니깐 느낌이 달라지게 됨.



그래서 작품을 읽고 첫 문장을 다시 읽으니 이런 생각이 듦

1. 올바른 방향을 향해 우직지계의 태도로 열심히 살아간다 한들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고, 자신의 한계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찰나의 찬사를 받고 누군가의 존경을 받는다 한들, 마음 속의 고독과 불안이 해소되지 않음.

2. 그런 그들을 우리는 패배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들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존중하자.

3. 그런데 무조건적인 존중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것을 보류하는 게 정답일까? 존중이라는 이름 하에, 누군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면, 방치하면 안 되는 것 아닐까? 이것을 사회적으로 방관한다면 그거대로 문제 아닐까?

4. 따지고 보면 '올바른 방향'을 향해 열심히 사는 사람인지 아닌지 우리가 알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다소 그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아닌지 우리가 판단할 수 있을까? 그 방향이 뭔지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결과로 사람들을 판단하게 되고, 그 결과주의가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같은 현실 속 사람들을 또 패배자 취급하는 것 아닐까?

5.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