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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한 머슴

- 마르끄 샤갈 풍으로」



  삼월 삼짇날

  제비는 날아들고

  머슴은 점심 먹고

  가슴은 아프지만


  머슴은

  지게 위에

  산을 지고

  솔거울을 지고

  또 진달래꽃 삼층으로 꽂아서 지고


  머슴은

  어깨 위에

  안주인을 이고

  바깥주인을 이고

  또 새로 깐 건 이층으로 받쳐 이고


  나무 나무 속잎 나고

  가지 꽃 피고

  머슴은 점심 먹고

  가슴은 아프지만



- 『동천』(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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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부제에는 왜 '마르끄 샤갈풍'이라는 말이 붙었을까? 서정주의 말년 시 중에는 고흐의 그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시 두어 편이 보인다. 따라서 이 시의 내용도 샤갈의 어느 그림을 그대로 나열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머슴이 산이며 바깥주인 안주인을 어깨에 지었다는 시에서의 비유를 사람이 날아다니곤 하는 샤갈의 화풍과 비슷하다고 보아 그렇게 붙인 것일 수도 있다.


이 시의 내용은 간결하다. 머슴은 집안의 잡일을 다 떠맡아서 하는 존재다. 바깥주인 안주인이 설마 하는 일이 하나도 없겠냐마는 머슴이 산을 어깨에 지었다는 것은 그의 노동이 과중하다는 것임을 보여 주고, 주인 집의 가족들을 지었다는 것은 그가 집안을 굴러가게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봄 풍경은 아름답고 머슴은 건강하지만 그의 처지가 슬픈 것임은 분명하다.(김화영은 『미당 서정주의 시에 대하여』에서 서정주가 '종'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자화상」 이후 단 두 번 등장하며 두 번 모두 해방 이전 한국인들이 '일본인의 종 노릇'을 했다는 언급에서 쓰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머슴이라는 소재가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하다.) '가슴은 아프지만'에서 말이 이어지지 않고 끝나 버리는 건 무슨 까닭인가? 머슴이 자신의 처지에 대한 괴로움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얼핏으로만 느끼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고, 또는 자기 처지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황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