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읽은지 좀 많이 오래되긴 했어. 조르바가 무슨 자유의 화신처럼 읽히는데 난 결말 읽고 이런 인간도 결국 이렇게 죽는구나 라고 되게 허무적으로 읽었거든. 사실 그게 인간이긴 하지만. 이렇게 읽은 사람 있을까? 헤르만 해세의 크눌프도 그랬어. 평범하게 살다가 죽은 사람들보다 자유롭게 보이거나 그렇게 살려고 했던 부류의 인물들의 죽음은 훨씬 우울하고 허무하던데.
[일반] 그리스인 조르바 말인데
자이모쿠자(aeth1r)
2019-01-05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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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죽으면 끝인 건 어떤 인생이든 마찬가지지. 아무리 위대한 왕이니 파라오니 해봐여 무덤이 얼마나 화려하냐의 차이가 다잖아? 사후세계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죽으면 그걸로 그 사람의 삶이라는 이야기는 끝이라고 봐. 그게 어떤 엔딩이냐에 따라 다르겠지. 과정이 좋은 영화도 마무리가 어설플 수 있고 그저 그런 영화도 마무리는 그럴듯할 수 있잖아?
난 조르바의 죽음이 특별히 그 강렬한 삶 때문에 더 허무해지는 건 아니라고 봐. 그건 읽은 사람의 마음에 이토록 강렬한 삶을 산 사람에게 무언가 합당한 보상이나 명예 같은 것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걸 느끼면서 오는 허무함 때문이지 않을까
그야 그렇지 어떤 인생이든 마찬가지라는 그 세삼스런 결론을 떠올리게 되더라구 조르바는 그렇게 끝나고 싶지 않았을텐데 인간은 결국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고. 염세적인거 인정해
보상이나 명예의 문제라기보다 조르바의 의지가 결국 인간의 몸에 부여된 숙명 때문에 이런 식으로 마무리됐다고 생각하게 되더라 강제적으로
인간이 인간의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건 자연스러운거지. 난 오히려 조르바의 삶과 그 죽음이 특별하기를 바라는건 욕심인 것 같아. 삶은 유한하고 누구든 결국 죽지만 남는 건 있어. 조르바가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르바의 이야기는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는 책으로 남았고 그거면 굉장히 의미가 있는 거라고 봐 나는.
그리고 오히려 이렇게 유한한 사람이기 때문에 무언가 가치있는 것을 남길 수 있는건지도 몰라. 왜 농담으로 추해지기 전에 은퇴해야 이런 소리 하잖아 스포츠 같은데서? 의미 있는 끝을 맞이한다는건 인간의 유한성이라는 숙명이 갖는 비극적인 면을 충분히 뭔가 숭고한 것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
나도 그거 알지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거 당연히 알아 인간이 무한해야 하고 더 나은 삶이 있으며 그래야 한다는게 아니라 그 사실을 뼈 저리게 느낌으로써 육체적이고 유한한 존재로서 인간의 실존에 허무감을 느낀다는 거야 그걸 어찌해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조르바가 망작이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조르바를 읽으면 자유보단 우리 존재의 한계만을 느낀다는 감상이야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네 말대로 그건 인간의 숙명에 복종하고 거기서 의미를 찾아내는 거겠고
존재의 한계는 누구나 느껴. 그래서 사람들이 의미를 찾는 것, 명예나 가치 있는 것을 남기는 일 같은데 집착하는 거겠지. 난 이렇게 생각해. 우리 인생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정말 허무하고 무의미한 것이지만(물론 이것도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그런 비극적인 면을 극복하고도 남을 즐거움을 줄 수도 있어.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사는 사람들, 그러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고. 죽음도 만족스럽고 의미 있을 수 있어. 죽음은 끝이고 허무하겠지만 죽는 순간에 만족할 수도 있어. 존 스튜어트 밀이 자기 할 일은 다 했다면서 만족스럽게 죽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데 그 사람처럼 말야.
조르바 창문에다가 소리치면서 웃다 서서 죽지 않냐 되게 조르바다운 끝이어서 허무는 느껴지지 않았음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