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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프카는 뭐랄까 신선하다. 분명 완성도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들은 큰 무리 없이 읽힌다. 이번에 읽은 <소송>과 같은 장편들은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불완전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미완성인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카프카는 실존주의 작가로 유명하다. 물론 그가 쓴 소설들이 실존주의에 분류되지는 않으나 그런 철학의 탄생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고 그의 독자들도 실존주의 소설들로서 여긴다고 생각한다.


 카프카의 소설들은 어딘가 질척거린다. 또 다른 실존주의 작가인 카뮈와 비교하자면 축축함이 두 배 정도 있다고 해야 하나, 흙탕물에 뒹구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빨려든다. 그가 구축한 소설 속 세상은 현실과 가상 그 사이의 경계에 위치한 것처럼 묘하게 동떨어진 느낌이다.


 <소송>은 미완성인 장편이지만 시작과 끝은 완성해 놓은 작품이라 한다. 그 말대로 시작 장과 끝 장은 확실히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담당한다. 갑작스러운 체포, 체념한 주인공과 그에게 내려지는 처벌은 소설 내에서 가장 명확한 부분이다. 그러나 소설의 나머지 부분들은 완성이 되어있지 않다. 그렇기에 소설 사이사이에서도, 특히 장과 장 사이에, 갑작스런 장면 전환이나 사건 전개가 진행되기도 한다. 다른 판본은 모르겠으나 문학 동네 판은 미완성인 장들은 따로 뒤에 수록해 놓았는데 얼핏 보기엔 카프카가 지금보다 배로 늘어날 분량을 계획해 놓았지 싶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사회는 비정상적이다. 주인공을 둘러싼 소송 과정은 어설프다. 느닷없이 주인공에게 소송이 선고되고 중간에 나오는 K에 대한 심리 또한 개판이라 할 정도로 어수선하다. K의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어디 빈민가에 위치한 마피아 본부 같은 느낌을 준다. 그의 사건을 의뢰받은 변호사는 답이 없을 정도로 비성실하고 주위 사람들은 K를 점점 없는 사람 취급한다. 모든 이들은 그에게 도움을 준다고 약속하나 그 약속이 소설 속에서 지켜지지는 않는다. 모두 비정상적이다.


 소설 자체는 그저 끝도 없이 뒤틀려있다. 정상적인 부분 없이 모든 요소들은 판타지처럼 현실과 동떨어져있고 뿌연 안개마냥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의 작품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파악하기가 어렵다. 알 수 있는 건 비합리적인 법원과 사회를 통해 무언가 부조리로 가득 찬 환경을 고발하려는 의도만 짐작할 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무기력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앞뒤 상황 설명 없는 소송, 알 수 없는 법원의 태도 등 소설 속 사회 자체에는 어딘가 힘이 빠진 것처럼 질척거리는 요소가 눈에 띈다. 읽으면서 썩 기분 좋은 소설은 아니었다. 그러나 카프카의 소설이 가져다주는 그 특유의 분위기만으로도 끝까지 완독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모순으로 가득 찬 소설이 대체 무엇을 말하는 건지 파악하기에는 힘들지만 적어도 그 분위기만이라도 즐겼으니 다행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