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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펼쳐볼 기회가 있어서 훑어봤는데 블랑쇼를 많이 인용하고 있는 거 같더라. 그때가 국내에 블랑쇼가 한창 유행하던 때였어.

그런데 블랑쇼 시학의 핵심인 '바깥' 개념을 추방자의 공간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거 보고 바로 덮었어.

문학의 공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블랑쇼의 '바깥'은 중심으로부터의 추방 이런 거랑은 전혀 상관없는 개념이거든.


블랑쇼 시학의 '바깥'은 총체로서의 언어, 암흑 같은 것이고, 이 바깥에 빛을 비추고 바깥을 '찢어' 구조적으로 조직함으로써 작품이 창조되는 거지.

다시 말해 바깥은 중심에서 벗어난 어떤 공간이 아니라, '일정한 구조를 가진 중심과 안을 비롯되게 하는 무한한 총체' 같은 것.

중심 밖에 바깥이 있는 게 아니라, '바깥으로부터 안이 구성된다'는 게 블랑쇼 시적 사유의 핵심이고 그래서 이후의 탈중심 사유, 포스트 모던을 선취했다고 이야기되는 건데,

이걸 '추방자의 공간' 이런 식으로 이해하는 건 블랑쇼를 완전히 오독한 거라고 봐야겠지.


그리고 그 오독 위에 사유를 쌓은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