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싸친구가 <최애의 아이>를 재밌게 봤더란다.

약간 얄미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타쿠들을 싫어한다고, 왜 지들만 아는 얘기를 하느냐고 말하길래 일부러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고민하다가 그냥 안 봤다고 말했다. 사실은 원작 만화의 연재 초기부터 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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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최애의 아이>가 인기이긴 한가보다.

애니 방영 전부터 시부야의 큰 전광판에 떡하니 오르는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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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 쇼츠에 아이돌 챌린지라면서 ost를 따라 춤추는 연예인과 일반인(대체로 훈남훈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 <최애의 아이>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상투적인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나는 어느새부턴가 오타쿠와 비오타쿠의 경계가 흐릿해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에 대해 말하고 싶다.






1) 오타쿠와 비오타쿠의 경계는 어떻게 해체되었는가.
내가 덕질을 시작했을 무렵, 오타쿠 취미는 죄의식을 갖고, 남들한테 숨기고, 혼자 즐겨야만 하는 취미에 가까웠다.

일본에서의 사이타마 연쇄살인 사건, 나라현 연쇄살인 사건, 옴진리교, 히키코모리 문화 등등의 근본적인 이유들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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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09년도 화성인 바이러스 십덕후편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현재의 오타쿠 취미는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양지화되었다.

잘 나가는 아이돌들도 애니 한둘 쯤 무리없이 말할 수 있고, 애니메이션 본다는 이유로 따돌림 받는 시대도 아니다.

어떻게 이런 시대가 올 수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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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클루언은 말했다. “내용이 형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

철도는 애당초 화물을 운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철도가 가져온 것은 새로운 여가와 새로운 노동, 그리고 새로운 도시였다.

철도를 만들기 위한 목적, 즉 철도에 실린 ‘화물’보다도, ‘철도’라는 형식 그자체가 우리의 삶을 파격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오타쿠 문화를 소비하는 형식의 변화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겠다.


첫째, 스마트폰의 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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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보는 매체는 크게 두번 변화했다. TV에서 컴퓨터로.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TV란 뭐냐, 집 안방에 두고 온 가족이 함께 모여서 보는 매체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동생, 집안 멍멍이까지 다 본다는 말이다.

이때의 덕질은 온 가족에게 들킬 걸 감수하는 자만이 가능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고, 상당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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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혼자 쓰는 매체, 그러나 집에 1, 2대밖에 없는 공용품이다. 온 가족이 함께 볼 것을 전제하는 TV에 비해서는 양반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컴퓨터는 가족들에게 들킬 위험이 너무 크다. 가족이 방에 박차고 들어왔을 때 허둥지둥 꺼야 한다.

그 짧은 순간에 전원 끄기는 마른늪에 물고기낚기요, 화면만 닫는 것도 뭔가 어색해서 이상하다.

이 둘에 비해 스마트폰은 혁신적이다. 남들에게 전혀 안 들키고 덕질하는 것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주었으니까.

반대로 말하자면, 누구나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덕질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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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사이트의 발전과 양지화

과거에 덕질했던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애니메이션을 보는 게 생각보다 불편했다.

넷플릭스, 왓챠 등 OTT의 한국 정착, 무엇보다 2017년 라프텔이 애니메이션 스트리밍을 시작하면서 애니메이션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적법하고 편리한 방식으로 애니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 애니메이션의 양지화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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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콘택트 시대의 도래

지난 3년간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며, 타인과의 단절을 경험해야만 했다.

여행, 스포츠, 클럽, 동호회 등 많은 취미들이 제한 받는 상황에서 언콘택트가 보장된 온라인 관련 취미들이 크게 늘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는 인터넷'을 하는 것이 아니고, '인터넷을 반영하는 현실'에 살고 있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이 무렵에 입덕한 사람이 은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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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한 애니메이션의 매체 변화와 관련된 내용은 <오타쿠 문화사>에 비교적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사실 난 기억이 잘 안 나서 그냥 tv-컴퓨터-스마트폰이라고 뭉툭하게 구분했지만 저 책 보면 굉장히 자세하게 나와 있다.

재밌고 귀여운 책이니 관심 있는 독붕이들은 읽어보면 좋겠다.


(하) 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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