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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의 대표작으로도 꼽히는 <당신들의 천국>(이하 <천국>)은, 그 실상을 까놓고 보면 후반부의 완성도가 초중반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는 소설임에 틀림없다.

소록도에서 지내며 배반당한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삶을 음소거로 표현하던 문둥이들과, 이를 바꾸고 진정한 천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조백헌 대령의 팽팽한 줄달리기, 그 속에서 탄생하는 화합의 축구 경기와 개간 사업으로 낙원을 건설하고자 하는 계획, 이에 대한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견제, 그리고 이를 뚫고 끝내 바다 위로 떠오르는 흰색 돌둑의 띠를 만들고만 인간의 의지 등으로 점철된 초중반에 비해?

갑작스런 장로의 사랑 고백으로 끝나버리는 2부, 낙원 계획은 흐지부지 되더니 몇 년 간의 방황 후 문둥이들과 더불어 살며 색다른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조백헌 원장, 이와 같은 전개들이 등장인물들의 떠듦으로만 이루어지는 빈약한 구성과 상욱이라는 제 혼자 모든 걸 깨치고 예언자처럼 다니는 메리 수 같은 캐릭터성, 그리고 무엇보다 박정희 정부를 겨냥했기에 사회 소설로서 올려치기 받은 듯한 여러 평가들 등등, 읽고 나면 좀 허탈하다....

그런데 최근에서야 이 소설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어졌다. 이청준의 다른 소설들을 읽어나가며, 사실 내가 읽은 <천국>은 한 소설가의 최고작으로 가장 꼭대기에 위치하는 불멸의 고전이 아니라, 다른 단편, 연작 소설들과 동등한 지위에서 <이청준>이라는 거대한 문학적 토양을 형성하는 하나의 봉우리, 더 정확히는 본토로부터 멀리 떨어진 돌둑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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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이청준의 여러 소설들을 읽으며 그들의 관계성을 나름대로 정리한 도표이다. 중기의 대표작인 <남도 사람 연작>과 <언어사회학 서설 연작>의 두 줄기가 맞물리는 걸 중심으로, 개인의 소외에 대해 다룬 카프카적인 초기작들과 고향과 어머니에 대해 다룬 귀향의 작품들, 그리고 (아마도) 이청준 후기의 핵심을 담당하며 현재 읽는 중인 <가위 밑 그림의 음화와 양화> 연작 등의 작품들이 어지럽게 연결되어 있다. <천국>만을 빼고 말이다.

어느 정도 화살표로 연결을 해보긴 했지만 <천국>은 놀랄만치 다른 소설들에 비해 그 연결 고리가 부족하다. 아직 작가의 전 작품을 읽은 것이 아니니 이후에도 그런 소설들이 나올 수 있지만, 여러모로 <천국>은 이질적이다. 철저하게 3인칭에서 진행되며, 확고하게 대한민국 영토를 배경에 뿌리내리고, 가장 서사성이 짙으며, 볼륨 또한 가장 두껍다. 작가의 대표작으로 취급되는 것도 예사가 아니리라.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가설은, 이청준은 <천국>을 하나의 독립적인 소설로 편찬하되, 그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싶진 않았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2부 막바지에 궁지에 몰린 조백헌 대령처럼 소설을 중반부까지 집필 중이던 이청준이 떠올린 생각일 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은 3부를 기점으로 그 탄탄함이 붕괴되고 여러 무너진 계획들의 잔해만이 남는다. 그리고 조백헌의 시야에서 의도적으로 소설의 완성도를 무너뜨린 이청준이 있다. 왜냐하면 하나의 소설로 문학세계의 완성을 짓는 것 또한 배반이기 때문에. <천국>이 겨냥한 것은 박정희 정부가 아니라 자기자신의 문학세계였다. 불타지 않는 불멸의 작품이 보여주는 '낙원'은 소설 내에서 말하듯 모두가 좋아할 '낙원'이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천국> 이후 출간되는 것이 바로 위에서도 언급한 가장 주요한 두 연작이다. 즉, <천국>은 작가가 스스로의 초기 문학 세계를 완결함과 동시에 의도적인 비틀림으로 그 한계를 설정하고, 이후 연작이라는 흐름 속에서 좀 더 포괄적이고 열린 소설 세계를 만들기 위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천국>은 자기자신이 소설 속에서 지시하 듯 바다에 뜬 새하얀 돌둑 고리처럼 본토로부터 멀리 떨어져 그 호를 그린다. 그러나 그 위치는 이청준의 가장 작은 단편 하나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천국>은 사회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소설을 위한 소설이다. 이청준 문학 세계의 초입으로는 적절치 못하나 그곳에서 바라볼때야말로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한 자기실현의 소설이다.



.... 나도 방금 내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청준 입문은 문지 전집 순서 기준 서편제~다시 태어나는 말 쭉 읽으세요

이거보다 공들인 글은 이청준 다 읽고 오면 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