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떻게 <최애의 아이>는 "인싸픽"이 되었는가.

오타쿠 문화가 양지화 되었다 해서 모든 작품들이 대중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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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아이돌물이라 하면, "아이마스vs러브라이브"의 경쟁구도로 상징되는 상당한 인기를 끈 작품들이 꽤 있어왔지만,

이들은 모두 현실에선 "ㄴㄷㅆ" 취급을 벗어날 수 없었다. 솔직히 덕후들 중에서도 아이돌물은 도저히 못 보겠다는 사람이 태반이다.

당장 <최애의 아이>를 제작한 동화공방에서도 작년에 <샤인포스트>라는 아이돌물을 제작했는데 아주 대차게 쪽박났다.

그럼에도 <최애의 아이>가 아이돌물 중에선 거의 최초로 "인싸픽"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과 조응하는 문화적인 코드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먼저, <최애의 아이>의 인기는 초반의 주인공인 호시노 아이와 그녀의 심정을 대변한 노래 <아이돌>로 과대 대표되는 경향이 있다.

非덕후들은 루비, 카나, 아카네 등과의 사각관계, 즉 러브코미디에는 그다지 관심갖지 않는 듯 보인다. '호시노 아이'라는 캐릭터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이게?
얼굴만 보면 몰라
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는 일
아주 간단하거든

어느 쪽이게?
사실은 나도 몰라
애초에 나는 단 한 줄의
거짓말도 쓴 적이 없거든

여우인 척, 하는 곰인 척, 하는 여우 아니면
아예 다른 거

어느 쪽이게?
뭐든 한 쪽을 골라
색안경 안에 비춰지는 거 뭐 이제 익숙하거든

- 아이유, <스물셋>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 같은 건

나 잘 모르겠어서 말야

거짓인지 참인지 알 수 없는

그런 말에

또 한 사람 빠지네

또 좋아하게 만드네

- 요아소비, <아이돌>


요아소비의 <아이돌>을 처음 듣고서, 아이유의 <스물셋>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언제부턴가 나는 아이유의 노래가 2, 30대의 문화적 심볼로 자리잡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는데,

어떻게 보면 '호시노 아이'처럼 남들의 시선에 맞춰 매력적인 자신을 연기하는 인물상이 아이유의 노래 가사를 넘어, 현대 젊은이들의 초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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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세대론을 언급하는 건 너무 지겨우니까 넘어가자.

딱 한가지만 말하겠다. 지금 세대 오타쿠의 가장 큰 특징은 "타자지향"이다.

더이상 이들은 뒤틀린 이데올로기 속에서 고통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

단지 타인과 원만하게 잘 지내고 싶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것이 유일한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타인과 원만하게 어울리는 데 실패한 아싸들을 위한 랩소디가 <봇치더락>이 되며, 타인들에게 너무 잘 적응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마저 잊은 인싸들을 위한 랩소디가 <최애의 아이>가 된다.

이 둘은 모두 ‘타자지향’이라는 같은 나무에서 열린 서로 다른 열매들이다.



3) 러브코미디 분쇄하기 : 카구야와 최애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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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 서문에서 "사랑 받는 노력만큼 사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최애의 아이> 원작자인 아카사카 아카는 "사랑하는 노력만큼 사랑 받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전작 <카구야>에서 이어지는 주제의식인데, 인싸가 되고 싶어하는 작가 스타일을 봐서는 자기한테 하는 얘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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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회 때, 나는 <카구야>가 어떤 식으로 러브코미디의 장르적 규범을 분쇄하고 소설(Novel)의 영역으로 들어서는지에 대해 논한 적이 있다.

<최애의 아이>는 그와 정반대로 작동하는데, 이는 ‘처음부터 러브코미디를 분쇄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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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모든 장르문학은 단 하나의 장르만을 반영하진 않으며, 여러 장르의 복합적인 구성물이다.

윗짤에서 예시로 든 <카우보이 비밥> 만큼은 아니지만 <최애의 아이>도 상당히 다양한 장르를 섞은 복합물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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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아이>가 어떤 식으로 각 장르를 융합했는지 대충 정리해보았다.

위의 2개(드라마 / 스릴러-추리-복수극)는 상대적으로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코드이며,

밑의 2개(환생물, 럽코)는 씹덕들에게 통용되어 온 코드라 할 수 있다.

<최애의 아이>가 비씹덕들에게도 먹힐 수 있던 것은 애니화가 된 작품 초반에는 밑의 2개보단 위의 2개에 더 집중이 되었기 때문이며,

그중에서도 연예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적 요소와 최애를 죽인 범인을 찾아가는 스릴러-추리-복수극이 팽팽하게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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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최애의 아이>가 연재되었을 때, 러브코미디 갤러리에서는 이걸 러브코미디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결국에는 '러브코미디가 아니다'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여졌었다.

사리나의 죽음과 아이의 쌍둥이 임신으로 인해 '러브코미디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비정상적일 정도로 ‘처녀’에 집착하는 남성향 서브컬쳐에서 이러한 시도는 대단히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러브코미디가 "분쇄"된 상황에서 출발한 뒤, 판타지(환생물)의 힘을 빌려 러브코미디를 시작하는 것이 그들의 홍보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에게 남은 과제는 단 하나다. 드라마, 스릴러, 판타지, 러브코미디라는 각기 개성적인 장르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녹여낼 수 있는가, 그것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애니화 이후의 전개를 살핀 입장으로서는 다소 회의적인 예감이 들지만 뭐 어떤가. 이미 그들은 벌 만큼 벌었고, 우리는 즐길만큼 즐겼다.

어쩌겠는가. 우리 오타쿠들은 단물이 빠질 때까지 질겅질겅 씹어대다가 가장 맛이 없어질 때 뱉어내는 족속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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