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가령 쓰니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경우에는 원래는 라디오 방송으로 시작했고 소설 다섯 권과 라디오 대본 한 권, 라디오 방송 총 세 편, 게임 두 개, 실사영화와 텔레비전 시리즈 하나씩, 그 이외에도 만화책, 오디오북, 연극 등의 수많은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여러 매체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원작이 '인기가 많아서' 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인기를 끌 만큼 재미있는, (책의 경우)잘 써진 글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아님말고
그리고 여기 원작이 나온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한 만화가 있다.
바로 브라이언 리 오멜리의 《스콧 필그림》이다.
《스콧 필그림》은 2010년 실사영화와 게임이 제작되었고, 2023년 11월에 넷플릭스에서 《스콧 필그림, 날아오르다!》라는 제목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나올 예정이다. 《스콧 필그림》이 이렇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스콧 필그림》은,
'주인공이 꿈에서 봤던 여자와 사귀기 위해 그녀의 사악한 전남친 7명을 쓰러트린다'라는,
'유부녀가 외도를 저지르고 자1살한다'나,
'노인이 좃나 큰 물고기를 잡았는데 집으로 오니까 뼈다귀만 남아 있었다',
'휴학중인 대학생이 사람 두 명 죽인 다음 자수한다'
등의 이야기보다 더 유치한, 그러니까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물어봐도 '아 그 정도는 나도 쓸 수 있는데'라고 할 것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안나 카레니나》, 《노인과 바다》,《죄와 벌》을 자1살, 낚시, 살인만으로 요약할 수 없는 것처럼, 《스콧 필그림》에서 주가 되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부분은 액션이 아니다.
(거의 모든 물건들이 월러스 것이다)
(자연스럽게 룸메이트 신용카드를 쓰는 스콧)
(나이브스를 차버리고 라모나 생각에 싱글벙글한 스콧)
캐나다 토론토, 섹스 바-밤이라는 3인조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는 스콧 필그림(23, 무직)은 한심한 인간으로,
친구 월러스 웰즈(25, 게이, 스콧하고 한 매트리스를 쓴다)의 집에 얹혀 사는 데다가,
17살짜리 여자친구, 나이브스 차우(17, 중국계 캐나다인)와 사귀다 꿈에서 봤었던 여자 라모나 플라워즈(24, 미국인, 아마존에서 딸배를 하고 있다)와 만난 뒤 잠시 양다리를 걸치다 나이브스를 차버린 데다가,
고등학교 때는 여자친구에게 말도 안 하고 토론토로 이사를 가버렸다.
(심지어는 스콧은 자신에게 좋은 것들만 골라서 기억하기 때문에, 스콧 본인은 직접 말한 줄 알고 있었다.)
이렇게 결함이 많은 스콧이라도, 라모나를 위해, 자신을 변화시키려 노력한다.
직장도 구하고, 월러스의 집에서 나와 새 집을 구하며, 자신이 잊어버렸던 수많은 잘못들을 받아들인다.
이 만화의 히로인 라모나는 끊임없이 변하려 한다. 항상 세상보다 자신이 앞서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연애에도 적용되어서, 누군가와 오래 사귀다 보면 자신이 정체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에, 말도 없이 차 버리고, 다른 사람을 만난다. 스콧이 만나게 되는 사악한 7명의 전남친 애인들도 사실 라모나가 이런 식으로 그들을 가지고 놀았기 때문에 뭉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라모나도 스콧처럼 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더 이상 강물에 떠내려가지 않아도, 다른 사람을 붙잡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콧과 라모나의 이러한 정신적인 성장은 서로가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였다.
쓰니는《스콧 필그림》의 내용을 이렇게 요약하고 싶다.
결함이 있는 스콧 필그림과 라모나 플라워즈가, 서로 만나 사랑하면서 성장한다.
이왕 말했던 거, 2010년 에드거 라이트 감독, 마이클 세라(스콧),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라모나) 주연으로 나온 영화 《Scott Pilgrim vs. the World》에 대해서도 말해 보자.
흥행 수익이 제작비도 못 넘겼고, 그래서 한국에 개봉되지도 않았다.
쓰니는 이걸 사서 봤는데, 잘 만들었다.
월러스 남자친구: 그런데 둘이 안 잤다고? 너 게이야?
스콧 필그림: 바보 같은 옛 애인이 자꾸 떠오르잖아
월러스 남자친구 2: 우마 서먼 영화 얘기하는 거야?
월러스: 스콧, 엔비가 돌아왔다고 관계가 끝난 게 아닌 게 아냐.
꽤 재밌다. 아쉬운 점은 결말이 좀 달라졌고, 몇 가지 이야기가 사라져서 스콧과 라모나의 정신적 성장이 잘 나오지 않는다.
게임은 영화랑 같이 나왔는데, 이건 안 사봐서 모르겠다.
스팀에 있는 평가에 따르면 개발사 특성상 버그와 발적화가 심하지 게임은 재밌다고 한다.
?si=f6hGokoxPfO2wQWB
ANAMANAGUCHI라는 밴드에서 배경음악을 만들었는데, 쓰니가 스콧 필그림을 알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음악이다.
?si=Pl8dS-Z1gV1yV8Lp
애니메이션은 2023년 11월 17일에 나올 예정인데, 2010년 영화의 배우들을 그대로 썼다.
그리고 원래는 아마존에서 일하던 라모나가 경쟁사라 그런지, 넷플릭스에서 일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마지막으로, 브라이언 리 오멜리가 스콧의 이름을 여기서 따왔다는, 캐나다 밴드 Plumtree의 Scott Pilgrim을 듣고 가자.
?si=-OTqz3xLbc47LZIG
라모나 커엽네요
스콧필그림 그림체가 넘 취향 - dc App
이거 절판나서 중고도 개비싸던데 - dc App
번역본 너무 비싸길래 그냥 영어로 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