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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분의 1 읽었나 분량이 꽤 긴편임

베른하르트의 유작인 소멸을 읽는데 이거도 서사가 없다보니 보다가 졸리기도 하네

소멸의 내용은 우리 시대의 조국과 가정에 대한 폭로가 주된 서사고, 주인공이 '보고서'라고 이름붙인대로 소설다운 서사는 거의 없이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이어짐

조국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리아의 모든 것을 경멸하는 독문학 가정교사인 '나'의 증오스런 가족이 셋이나 죽으면서 수년만에 고향을 방문한다는 게 그 줄거리임

내용도 베른하르트 답게 시종일관 냉소적으로 가족의 위선과 나약함, 조국의 역겨움을 끝없이 폭로하는 내용임

아주 욕하는 내용만 있는 건 아니고, 유서깊은 고향의 풍경이나 고향에서의 삶이 잘 그려져 있기도 함

오스트리아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작가인 베른하르트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글이기도 한게, 오스트리아와 독일적인 것을 비웃지만 결국 오스트리아에서 나고 자라 독일어로 글을 쓰고 조국을 향한 비방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베른하르트의 아이러니한 정체성을 잘 보여준 것 같음

가장 흥미로운 점은 제목이 소멸이라는 점인데, 작가 본인도 자신의 생애가 얼마 남지 않았단 걸 알고 집필했는지 유작으로 참 적절한 이름인듯

내 생각에 제목이 소멸인 까닭은 사실 조국의 모든 것을 일일이 까발려서 폭로하고, 마침내 모든 것을 향한 증오를 쏟아내 냉소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게 아닐까 싶음

그러니까 베른하르트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그간 글쓰기의 테마이자 원동력이 됐던 증오심을 버리려고 했다는 거 같음.

뭐, 베른하르트가 소멸을 쓰고 죽었으니, 새로운 테마에 도전하는 작품을 남기진 못해서 아쉽긴 함. 그래도 기존 글쓰기 스타일과 작별하고 새 도전을 암시하는 작품을 남긴거 같아서 대단하기도 하네
어쩌면 그냥 유작될 거 같아서 이런 스탠스를 취했는지도 모르긴함

증오 없는 베른하르트... 이거 완전 앙꼬 없는 찐빵 아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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