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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어그로다
핏빛 자오선은... 정말 창피한 일이지만 읽다가 진짜 재미 없어서 2트를 한 책이다
하지만 펼친 책을 끝까지 읽지 않는다는 것은 내 사전에 있을 수 없는 말이었고 꾸역 꾸역 읽다 보니 어떻게 다 읽어냈다
나는 영지주의도 철학도 모르는 문외한에 책을 읽는데 거창한 이유 따위는 없고 그냥 재미를 위해 읽는 졸자다 보니 더 힘들었던 것도 있었으리라
이미 익히 알려진 명작이라 다들 읽어봤을 책이고 해석도 똑똑한 사람들이 간결하고 쉽게 풀어놨으니 내가 굳이? 감상? 이란 생각도 해봤지만 해석과 감상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하니까
사실 나는 영화, 만화, 소설 어떤걸 보던지 간에 일단 보고 나서 인터넷에 쳐보면서 해석이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관음하는 고약한 취미가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취미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보고 ㅋㅋ병신 하고 넘어가 줬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쓰는 것도 있다
핏빛 자오선은
씁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책을 펴고 한 페이지 읽자 마자 모래 바람 냄새가 진동을 한다
번역 스타일인지 아니면 작가의 문체가 실제로 이러한 건지는 코맥 매카시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아무튼 그랬다
메마른 감정과 대화, 다섯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계속해서 발생하는 범죄(거의 대부분 살인), '뭐야 시발 맨 처음 소년은 어디로 간거야' 할때 즈음 마다 다시 나타나는 소년, 강아지를 거리낌 없이 죽이는 정신 나간 판사의 장대한 설교,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힘들어 보이는 풍광의 묘사를 쫓아가다 지칠때 즈음
갑자기 이야기는 끝을 맞이했다
문장을 쫓아가느라 급급했던 나는 결말이 긴가 민가 해서 결말부를 다시 읽고 혹시 싶어서 검색을 해보고 나서야 알았다
이렇게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아 시발 걍 처음에 읽을 때 제대로 읽을걸 하는 아쉬움
이야기 자체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아서 좋았다 하지만 작가가 숨겨 놓은 깊은 뜻을 캐내서 보석으로 가공하기에는 나의 식견이 짧았기에 대충 이러한 느낌이구나 하고 어림 짐작으로 넘어 갈 수 밖에
옆에서 보고 있으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겠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내 한계야
작품은 단순하다 정말 말 그대로 폭력으로 가득 찬 세상을 방황하는 소년, 그리고 폭력 그 자체가 현신한 듯한 판사 그리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정도?
핏빛 자오선을 읽고 제일 충격 이었던 것은 이 작품의 화자가 판사였단 거다 한페이지 전에 소년의 개좆같은 최후를 '아 시발;' 하면서 읽어 넘겼던 나에게 벌거 벗고 신나서 폭력의 영원함을 노래 부르며 춤추는 거구의 판사는 진짜 너무 좆같았다
소년은 뭐라고 해야할까
내 기억이 맞다면 작중 내내 냉소적이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술 안준다고 씩씩 거리긴 했지만 원정 내내 심드렁 했다
위선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선인도 아니다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고 하니까 말이지 '그래도 이건 아니지' 라고 자기가 정해둔 최소한의 선은 지킨다
그리고 유일하게 판사의 거래에 응하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판사가 폭력 그 자체라면 소년은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평범한 사람? 마지막의 마지막 순수함 만큼은 지켜내는 인간?
최소한 죄 없는 동물은 죽이지 않고 ,동료들의 최후를 지켜 보려 하며, 자신을 버리고 가라는 사람도 아득 바득 데려가는 모습을 보면 방금 전까지 인디언 대가리 가죽 벗겨 내던 소년과 같은 사람이 맞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뭐 주절 주절 말이 많았지만 읽기에 고역이었던 책이었고 굉장히 재밌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소설인듯
걸작이니끄...
좀 빡세긴 해..
감상추
지금와선 다른 건 희미한데 판사만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있음. 판사가 마력이 있긴 하더라
진짜 신기하지 않냐, '모래 냄새'. 미국 독자든 한국 독자든 누가 쓴 리뷰에도 반드시 저 표현은 들어감. 매카시가 대단한 수억개의 이유 중 하나가 저런 힘이라고 생각함.
내가 실제로 황무지에 버려진 느낌
존나 재미없고 피로한 문체로 사막과도 같은 감각을 주는 게 신박하지 않음? ㅋㅋ 소년은 글쎄... 누구나 악이 될 수 있다? 혹은 각각의 행동의 선악은 판단할 수 있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 사람의 속성으로서의 선악은 판단할 수 없다, 환경이 사람을 만들고 인간은 선도 악도 행할 수 있기에. 이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음. 아이->소년->남자로 넘어가는데 끝까지 익명성을 유지하는 것도 모든 인간을 투영하라고 의도한 캐릭터같음
혹시 토드바인이나 그 목사같은 조연들 어떻게 해석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느낌이 잘 안 오더라
사실 나도 읽기만 하는데 급급해서 소년이랑 판사 말고는 다른 캐릭터들 생각하기 좀 벅찼어서 감이 잘 안오긴 매한가지인거 같음ㅋㅋㅋ 토드빈은 뭔가...꾸준히 판사의 말이나 행동에 이의를 제기하지만 힘 없는 무언가? 폭력에 굴복하는 사람? 신부 역시 마찬가지인거 같음 꾸준히 신을 얘기하며 젠체하다가 막바지에는 자신은 진짜 신부도 아니였다고 하고 판사(악마)가 권하는 거래(모자를 팔아라)에 굴복하는, 악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에 맞서지 못하고 결국 패배하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소년에게 맞서 싸우라고 말하는 겁쟁이? 정도로 보고 읽은듯 나는
고마워 나보다 훨 잘 읽었네 ㅎㅎ 억지로 읽은 소설이라 기억이 휘발됐는데 덕분에 다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