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데라의 소설들은 아이러니로 이루어져있다.(대체로 초기작들이 그렇다.) 언제나 다 읽고 난 후에 뭐랄까 상당한 아이러니(혹은 유머)가 소설 곳곳에서 느껴진다.
쿤데라의 소설을 쓰는 능력 중에서 가장 뛰어난 면을 꼽자면 캐릭터를 구상하는 능력이 아닐까 한다. 소설에서는 언제나 5명 정도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도 각각의 인물들에 적절한 개성을 부여하고 외양 묘사 없이도 인물들의 이미지가 그려지도록 적절하게 설명을 배열하는 등 캐릭터들에 상당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이번에 읽은 <이별의 왈츠> 또한 9명 정도의 주요 인물들의 각각의 개성을 살리면서 저마다의 인생이 돋보이도록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 인물들이 한 온천장에서 만나는 것이 소설의 주요 줄거리이다.
소설의 주요 특징이라면 기존의 쿤데라 소설들이 7장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별의 왈츠>는 5장으로 이루어져있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성을 염두에 두고 쓴 건지 소설 내의 시간의 흐름도 큰 교차 없이 일정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사실 읽기가 가장 수월하기에 첫 작인 <농담>보다도 <이별의 왈츠>가 처음 접하기에는 부담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
제목인 <이별의 왈츠>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대로 보면 이별이라는 내용을 춤곡처럼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그 말 그대로 소설은 온천장을 무도회장으로 하는 이별을 계획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적어도 한 가지와 이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연인, 남편, 조국, 불장난의 대가, 기존 사회의 통념, 고독 등등 각자가 생각하는 무언가와 이별을 준비하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인물간의 이런 욕망의 충돌이 사건을 일으키고 인생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끈다.
인생은 언제나 우연의 연속이다. 누군가 결심한 원대한 미래는 그저 얄팍한 술수로 뒤엎어지기도 하고 심심풀이로 시도한 사소한 일이 한 인간에게 구원의 손길이 되기도 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데 이 소설이 그 말에 가장 잘 들어맞지 않나 생각한다.
책읽고 바로 안쓰면 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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