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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악마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소. 그의 추악한 얼굴을 봅니다! 그것은 내 얼굴이오, 그리고 당신 얼굴이기도 합니다. 댄포스! 내가 움츠러들었던 것처럼, 그리고 당신들이 사악한 마음 속에서 이것이 거짓인 줄 알면서도 지금 움츠러든 것같이, 인간을 무지에서 이끌어 내는 것에 움츠려 있는 자들에게…… 하느님은 특별히 우리 같은 인간들을 저주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불에 타버릴 것이오.”

“밀러는 당연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보이는 사회적 전제들이 실제로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 만들어 낸 현실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것이 객관적 사실로 변해서 권위를 지니게 되는 것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그는 집단적인 공포의 분위기 안에서 새로운 가치관을 조작해 낼 수 있는 거대한 메커니즘의 존재를 파헤치면서, 그것에 의해서 희생되는 개인의 존엄성의 문제로 시선을 돌린다.”
— <작품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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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실재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악마의 탈을 쓰고 나타날 뿐이다. 그들은 악마를 보았다고 증언했지만, 사실 악마는 그들이었다. 개인적 증오, 이기적 욕망, 위선과 거짓말, 추악한 복수심.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집단적 광기에 인간 존엄성은 추락한다.

문제는 단순히 개인에게만 있지 않다. 추악한 광기를 보고도 이를 제지하려 들지 못하고 오히려 이에 동조하는 비이성적인 전제 권력에 있다. 어쩌면 그 광기는 사회가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진실을 왜곡시키는 비이성적인 시스템이 불안에 휩싸여 미쳐버리고 만 개인들을 낳았다는 말이다.

밀러는 1950년대 미국을 풍자하기 위해 17세기 후반 미국 사회를 무대로 가져왔지만, 이 희곡에서 지금 우리 주변의 모습들이 종종 보인다. 오늘 우리가 집단적 광기로 특정 부류의 개인들을 향해 혐오를 조장하고 존엄성을 해하는 모습은, 공산주의자 색출 작전이나 이교도 마녀 사냥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옳다고 다루는 ‘사실’들이, 절대적인 것처럼 보이는 주관적 허상은 아닌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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