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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이제 판단력의 초월적 교설이라는 이름 아래 먼저 도식기능을 다루기 시작한다.

"한 개념 아래 한 대상이 포섭될 때는 언제나 대상의 표상은 개념 표상과 동종적이어야 한다."(A137; B176) 그런데 지성의 범주들은 감성의 직관들과 전혀 동종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현상에 범주가 적용될 수 있는가. 이것에 대한 해명이 도식론이다.
도식은 상상력의 산물로, 그 자체로는 경험이 아니므로 도상과는 구별된다. 도상은 생산적 상상력의 생산물이고 도식은 순수한 선험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도식은 세 가지, 즉 1) 경험적 개념의 도식, 2) 수학적 개념의 도식, 3) 순수 지성개념의 도식으로 나뉜다.

"개"와 같은 경험적 개념의 도식은 네 발 달린 동물을 어떤 특수한 형태나 도상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그려낼 수 있게 하는 규칙이다. 수학적 개념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게 하는 절차의 규칙인 것이다.

그런 반면 순수 지성개념의 도식이 있다. 이것은 초월적 도식과 관계한다. 칸트는 초월적 도식을 지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범주들과 동종적이면서도 현상들과 동종적인 제3의 표상으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이 도식은 무엇인가? 초월적 시간규정이다. 시간은 내감의 잡다의 형식적 조건이기도 하고, 또 보편적이면서도 선험적 규칙에 의거하기에 범주와 동종적이기도 하다. "이 초월적 시간규정이 지성개념의 도식으로서 후자[현상들]을 전자[범주] 아래에 포섭하는 것을 매개한다."(A139; B178) 지성개념의 사용은 이 도식에 제약된다. 이 도식을 통한 지성의 작용방식이 도식기능이다.

범주들은 도식에 매개되어 시간적으로 규정됨으로서 현상에 적용된다. 순수 직관에 매개되어 개념을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양의 순수 도식은 수다."(A143; B182) 수는 동종적인 하나를 계속해서 더해감을 포괄하는 표상이다. 그러니까, 하나를 시간선상에사 계속해서 더해가는 것이다. 실재성과 부정성의 대립도 시간상에서 ~임과 ~아님의 지시의 대립이다. 이런 식으로 시간에 규정되는 것이다. "도식들이란 다름아니라 규칙들에 따르는 선험적인 시간 규정들이다."(A145; B184)

한마디로 도식은 시간과 관련하여 범주들을 현상에로 매개하는 규칙인 것이다. 그러나 범주와 같은 지성의 규칙과 같은 것은 아니다. 사용 조건이나 절차에 더 가깝다. 그런데 칸트는 도식이 표상이라고도 말한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잘 모르겠다. (첫 연재 글에서도 말했지만 칸트는 표상을 다소 모호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순수 지성개념의 도식들은 이 순수 지성개념에게 객관들과의 관계맺음, 그러니까 의미를 부여하는 경험적 사용 이외에는 어떠한 다른 사용도 갖지 않는다."(A146; B185)

즉 도식들을 통해 범주들은 직관과 관계하여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칸트는 지속적으로 시간을 가지고 감성과 지성을 어찌저찌 이어보려고 하는데(통각도 결국 동일성의 문제임을 생각해보면 시간의 문제임), 왜 하필 시간인지는 잘 모르겠다. 덤으로, 범주 - 도식 - 잡다 구도는 헤겔의 보편 - 특수 - 개별 구도와 뭔가 비슷해보인다.

여하튼 도식론을 통해 범주를 현상에 적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 칸트는 지성사용의 원칙들의 설명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