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엄청난 독서 매니아이심.

어렸을 때부터 본 아버지 모습 대부분이 책 읽고 계신 모습이었음.

나는 불만이 많았음, 활동 좋아하는 부모 둔 애들은 학교 마칠 때마다, 주말마다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좋은 시간을 갖던데

우리 아버지는 활동보다는 독서를 좋아하셔서 집에서 책만 늘 보셨거든. 엄마는 집안일을 하시고 

나는 학교 마친 평일이건 주말이건 그냥 혼자였지. 놀 게 있겠나? 게임만 했음.

아버지가 책 좀 보라고 엄청 야단을 치셨는데, 책은 펼치기만 해도 짜증나고, 읽기도 싫었음. 남의 이야기에 관심도 없었음


그렇게 평생을 살았음 책은 1년에 한 권도 안 읽었을걸

근데 마음속에 책을 좀 읽어야겠다 하는 생각은 있었음 너무 교양이 없는 인간이 된 것 같달까



30대 후반으로 슬슬 넘어가는 지금 이제서야 책이 좋아지기 시작함

아주 우연한 계기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 시를 봤는데

표현이랄까 느낌이 아주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음. 정확히 뭐가 멋진지는 모르고 내 느낌을 글로 표현도 못하겠지만

뭔가 그냥 겁나 멋졌음. 자동차에 대해 1도 모르는 사람이 멋진 람보르기니 자동차를 딱 봤을 때의 느낌이랄까???
어쩜 이렇게 세련되고, 우아하고, 가볍지 않고, 깊지????? 싶은 생각이었음

그 전까지는 루리웹 디씨에서 웃기고 쓸 데 없는 글이나 보고 살았는데

이 사람은 내가 쓰는 똑같은 문자와 언어 체계를 가지고

어떻게 이렇게 멋진 느낌을 줄 수 있을까? 무슨 비밀이 있길래 이토록 와닿을까? 했음



그 후로 갑자기 책에 재미가 붙더라

햄릿이랑 말괄량이 길들이기을 읽으면서 셰익스피어가 글을 겁내 재밌게 잘 쓰는구나 싶었고

시간의 역사를 읽으면서 내가 과학을 엄청나게 좋아했구나 하는 것을 깨달음

엘러건트 유니버스도 읽고, SF소설로 넘어가서 삼체, 마션, 프로젝트 헤일메리, 몇몇 아이작 클라크 소설도 읽고

인문학 계통 우주명작들도 좀 읽어야겠다 싶어서 오만과 편견도 읽고

지금은 밑에 있는 까뮈 글 보고 이방인 읽는 중임

1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던 애가 두세 달동안 10권을 넘게 읽고 있는 게 신기해




종이로 된 책은 아직도 싫더라, ebook으로 들고다니면서 계속 보는 게 재밌음

어쨌든 뭐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책을 열심히 보는게 뿌듯해서 글 남겨봄

독서한다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내 커리어에 전혀 도움이 될 것도 없긴 한데

도움 되라고 읽는 거라기보단 그냥 독서가 재밌어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