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영건 교수의 《철학과 문학비평, 그 비판적 대화》 중 1장 '문학과 철학의 낭만적 만남'을 읽다가 올림.



저자 김영건은 이환이 《20세기 이데올로기와 문학사상》에서 그려냈던 문학과 철학의 만남을 논증적으로 요약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뒤, 두 영역이 다른 방식으로 만나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음.



이 글에서 우리는 철학과 문학의 만남에 대한 두 가지 형태를 볼 수 있다. 철학이 논리와 개념 바깥으로 나가서 스스로 생생해지는 문학과 만나야 하는가? 아니면 문학이 문학 바깥으로 나와서 철학적 논증 속에서 해석하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하는가?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주장에 좀더 수긍이 가는데, 어쨌든 주제 자체가 매우 흥미로워서 발췌함



1. 철학이 관념의 감옥으로부터 뛰쳐나옴으로써 이루어지는 철학과 문학의 만남


이환에 의하면, 철학과 예술, 관념의 질서와 감성의 질서가 서로 교류하고 서로의 가치를 교환하지 못하게 된 큰 이유는 바로 "논리의 추상에 따라 스스로 관념의 상아탑 안에 갇히게 된" 철학의 관념론 때문이다. 철학이, 또는 철학의 고전주의가 관념의 상아탑 안에 갇히게 됨으로써 철학은 '육체적인 것', '구상적인 것', 또는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것, '예지적인 것', 구체적이고 생생한 삶의 현실을 무시하게 된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철학이 관념론의 감옥에서 뛰쳐나올 때 철학과 예술, 나아가 철학과 문학의 진정한 만남이 가능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p. 22-23)


2. 문학으로부터 나오는 통찰들을 분석하고, 비판하고, 정당화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철학과 문학의 만남


오히려 철학은 "예술은 적어도 우주의 신비와 더불어 인간 조건의 비극성이 존속하는 한, 끊임없이 추구될 창조이며 때로는 세계의 부조리와 관념의 절망을 넘어서는 유일한 인간적 기적의 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라는 주장의 정당성을 규명한다. 과연 예술이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있는가? 과연 여기에서 가정되고 있는 것처럼 우주의 신비와 인간 조건의 비극성이라는 생각이 정당한 것인가? 내가 감지하고 있는 절실한 체험의 신비성과 비극성 때문에 이질적인 다른 것들의 다양성을 혹시 무시하지는 않는가? 따라서 문학 예술이 '심정의 질서 속에 자신의 왕국'을 창조하는 구성적 행위라면, 철학은 그러한 왕국의 가능성을 보살피는 비판적 행위이다. (p.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