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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 하그의 이준 선생 묘지에서」
선생께선 지내치게 강하십니다.
조국을 위해서라곤 하시지만은
서른 아홉살의 그 젊은 나이로
어떻게 이 머나먼 타국 구석에 홀로
"죽어서 묻히겠다" 하실 수가 있었습니까?
제 나이는 선생의 그때 나이보다
갑절에 거의 가까웁지만
아직도 그렇게까지 할 용기는 없사옵니다.
무척은 많이도 외로우셨지요?
여기서 유럽 대륙과 인도양 태평양을 건네서
우리 한국에까지 뻗치는
선생의 그 머언 머언 외로움의 그늘!
저는 그 그늘의 아주 작은 한 귀퉁이밖에는
아직도 감당할 힘이 없사옵니다.
- 『서으로 가는 달처럼…』(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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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전에 「찬술」이라는 시를 설명하면서 서정주의 후기 시가 '부도덕의 리얼리즘'을 그리게 되었다고 적은 바 있다. 나는 그가 도덕의 언어를 외치는 것보다 부도덕의 언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훨씬 더 리얼리즘에 가까울 수 있다고 생각했으리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이것은 필연적으로 딜레마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말할 것도 없이 사람은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후기 시에서는, 가끔씩, 도덕적인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한 인물을 평범하게 예찬하는 작품이 등장한다. 이런 작품들은 후기 시 특유의 능청이 잘 살려지지 않아 평범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같은 시기의 스타일이 다른 작품들과 충돌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령 삼학사의 한 사람인 오달제를 노래한 「학자 오달제의 유시」는 이러한 주제를 다룬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서으로 가는 달처럼…』 역시 링컨과 간디를 기리는 시가 나오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다. 그보다는 헤이그 특사로 유명한 이준을 노래한 위의 시가 보다 진정성이 있어서 좋게 느껴진다. 이 작품은 강자를 앞에 대한 약자가 필연적으로 느끼는 뜨끔한 기분에 대한 담백한 고백이다. 평이한 대로 그로서는 예외적인 참회의 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상대적으로 평범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