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미제라블
동서 6권판 기준으로 3권~5권 초중반까지 길고 길게 서술되는 프랑스 당대 사회 묘사라는 벽을 넘으면, 그 긴 묘사가 앞부분 장발장 이야기랑 기가 막히게 물리면서 6권에서 하이라이트가 터짐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너무 많은 부분을 스킵하고도 대충 이해가 되게 만들어놓은 솜씨가 제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역시 원작을 읽어줘야 함.

2. 어린 왕자
이건 무슨 초딩용이냐 싶겠지만, 펴볼 때마다 내가 어떤 어른이 되어 있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음. 술꾼이기도 하고 허영꾼이기도 하고 혼자 왕놀이도 하고 돈만 세고 있기도 하지. 장미꽃과 여우 파트는 대학생 때 좋아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앞부분의 이상한 어른들 쪽이 더 와닿을 때가 많음.

3. 허삼관매혈기
중국소설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고, 그 특유의 아큐 냄새 나는 미개성 때문에 조금 장벽이 있지만 허삼관매혈기로 중국소설에 대한 편견의 벽을 깸. 그 덕에 쑤퉁과 모옌을 읽을 수 있었으니 은인이라면 은인. 특히 마지막에 "황주 두 냥과 돼지 간볶음"에서는 꽤 울었다.

4. 2010년~2012년까지의 젊은작가상
지금이야 쌍욕박히는 상이지만, 첫 세 해 동안의 젊은작가상은 가히 한국문학의 새 조류를 구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김중혁 김미월 김성중 김애란 이장욱 등등 딱 떠오르는 작품만 꼽아도 상당히 흥미로운 소설들이 많았음. 물론 문장력이라든가 무게감으로 윗대 작가들과 비빌 수는 없지만, 젊고 통통 튀는 이야기는 이 때의 느낌이 참 괜찮았음. 개인적으로는 김성중의 국경시장과 이장욱의 변희봉 같은 느낌이 취향이었음.

5. 스토너
밀양에서 열린 전국연극제를 보러 갔다가 작품 수준에 대실망하고, 돌아오던 밀양역에서 기차 기다리면서 가방에 넣어다니던 이 책을 꺼내 읽었는데 정신 차려 보니 부산 집에 와 있었던 책. 어렵지도 않고 술술 읽히는데 한 계약직 교수의 생애를 함께 살아온 기분이 드는 작품이었음. 비슷한 느낌을 레미제라블에서밖에 못 느껴봤는데, 6권짜리 레미제라블만큼의 감동을 1권짜리 스토너에서 느꼈다면 오버 같을까.

이외에도 백불(츠지 히토나리), 꿈(에밀 졸라), 걸리버 여행기(서울대출판부 판), 개구리(모옌), 배빗(싱클레어 루이스), 1984(오웰) 정도가 인생독서에 들어갈 만한 듯. 로씨야 쪽도 좋아하는데 인생독서라고 할 정도는 없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