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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교가 없으나, 항상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인간들과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는 사람부터,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들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지고한 사랑’이 있다고 믿었다.
본인이 아주 작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위대하게 6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낸 무학 할머니, 기초 생활 수급자이지만 지원금을 열심히 모으다가 더 어려운 사람에게 전달하는 영웅들, 신경섬유종을 앓는, 누구나 보면 흠칫 놀랄 만 한 외모를 가진 사람에게도 일말의 거부감 없이 대하는 사람, 개인적인 이득이나 심지어 후에 억지로 만들어질 수 있는 손해를 생각하지 않고 몸을 던져 사람을 구하는 여러 인간들이, 소위 말해 ‘경제적, 기술적 거인’들에 못지 않은, 혹은 더 훨씬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그들을 따르고 싶다.
그런데 큰 문제가 있다. 이런 생각을 파고 들어가다 보면, 여러모로 초석이 부실하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이태석 신부, 박누가 선교사 등등 엄청난 선행을 한 사람들은 그 마음 속에 ‘신앙’이라는, 어떤 힘으로도 꺾을 수 없는 신앙이 있지 않냐고. 나는 10대 후반부터, 군복무 시절에도 어떻게든 가져보려고 노력했지만 얻지 못한 그것이 없으니 그 ‘심지’가 없지 않냐고. 나는 알료샤, 레빈 같은 인간이 될 수 없는거냐고. 바보 이반의 세상을 작게나마 꿈꾸지만, 그를 닮는 것 조차 불가능하냐고.
뜻밖에, 이런 이야기의 대척점에 있는 ‘다윈’에 대한 책을 읽다가 그 심지를 찾았다. 자연과학에서도 그 소중한 심지를 찾았다. 뜻밖에 ‘다윈 지능, 다윈의 사도들’과 ‘이기적 유전자’에서 찾았다.
내가 그 모든 이론을 다 설명할 능력은 없겠지만, 나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사실이 있다.
바로..
박테리아(세균)부터 이끼, 물고기, 도마뱀….침팬지에 인간까지 그 무엇까지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은 충분히 괜찮다 라는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개체 기준으로 단 한 번도 끊기지 않고, 그 조상부터 이어온 대단한 것들이고, 다들 ‘살아남을 만 한’ 꽤 좋은 장점들로 이어왔다는 것이다. 꼭 제대로 들어맞거나, 많이 훌륭할 필요도 없다. 변이라는 그런 것이란다. 의도나 이유는 없고, 종 다양성을 추구하는 그런 방향만이 건강하다고 한다. 내가 살다가 무척 미운 그 누군가도, 열등하거나 그런게 아니라 모두 소중하고 생존의 이유가 있는 소중한 개체라는 것이다. 여기서 물론 ‘소중한’ 이라는 것부터는 내가 부여한 가치다. 어차피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아무 이유나 의도가 없다면, 내가 그것을 부여할 수 있고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다윈의 자연선택이론에 의거해 ‘심지’를 가지는 것도 큰 문제가 없으리.
이것이 나의 ‘지고한 사랑’에 대한 이정표가 되었다. 아직 젊은 내가 결국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남아있는 동안에는 이 ‘모두가 거기서 거기이고, 그렇기에 나의 일관성을 부여하고 싶은 진화적 가치에 의해 다들 사랑합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싶다.
생각해보니까 구조적으론 인류애를 설명하는데 신앙이나 진화론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옛날에는 두개가 서로 상호 공존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진화론과 신을 동시에 믿는 사람도 있고 - dc App
구조적으로 인류애를 설명하는데 신앙, 진화론 큰 차이가 없다 << 이것에 너무나 큰 매력을 느꼈슴다.... 이유나 과정은 대척점에 있다할 정도로 다를 수도 있고, 둘 다 믿는 사람도 물론 있으면서 결국에는 모든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라는게 너무나 멋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