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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수많은 링크는 작동하지 않는다. 옛 밈이나 게시글들을 참고하는 시도는 아카이브 사이트를 경유하곤 하는데, 사실 그나마도 소실되는 경우가 잦다. 소위 혐오 동영상 같은 것들은 아예 넷상에서 존재 말소를 당하기도 한다(개중 일부는 아카이빙에 열띤 누군가에 의해 다시 게재된다만, 그나마도 사라질 떄도 있다.) 만일 21세기 인류 문명의 상당수가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그 상당수는 높은 확률로 소실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책이나 논문 같은 공식 문서에서 인터넷 자료를 인용할 때에는 웹페이지의 아카이브를 사용하거나, 특정 날짜의 스냅샷을 사용하곤 한다. 물론 그 소실되는 것들이 정말로 그리 가치가 있느냐, 하면 애매한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 태생적인 불안정성이 인류 문명의 기록 매체의 전반적인 경향성이며, 인터넷에 들어서서 가장 심각해졌다는 데에 있다.



<기억이>는 인류 문명의 역사를 기억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해 간략히 보여주며 실제로 생물에게 있어 기억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물질적으로, 사회적으로 이야기하고, 기억의 외주를 위한 기억 매체가 어떻게 점차 변화해오며 세상의 변화를 일으켰는지를 이야기한다. 이에 대한 내용 자체는 사실 이미 이 내용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보기에 다소 뻔할 수 있으니 생략하고, 이 주제를 읽으며 상기한 몇몇 이야기들을 조금 정리해보려고 한다. 기록 매체에 대한 집착과, 그럼에도 느껴지는 매체의 놀라운 덧없음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와 역사적인 사례가 뒤섞인, 여러 단상의 모음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1. 내가 디지털 매체의 기억력이라는 주제를 처음으로 생생하게 느낀 건 상당히 옛날인데, 불법 GBA 카트리지를 선물 받아서 게임을 해봤던 시절이다. 보통 게임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느낄 일이 없겠지만, 게임보이-혹은 몇몇 GBA-카트리지는 세이브 파일을 RAM에 저장하며, 이 때문에 세이브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게임기와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유지되는 전력이 필요하다. 이 전력을 유지하는 배터리가 다 닳았다면, 이 카트리지는 일종의 기억상실증 환자가 된다. 게임기를 켠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저장되지만, 한 번 종료하는 순간 모든 것이 휘발된다. 처음에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가 나중에는 이 때문에 일종의 켠김에왕까지 플레이를 강제당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그저 그러려니 했지만, 이후 수많은 게임 팩들이 세이브 데이터만이 아니라 그 게임 데이터 자체에서 휘발성 문제를 겪게되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낡은 게임 팩은 낡은 책보다 훨씬 더 빠르게 마모되고, 휘발된다. 덕분에 한때 불법 게임 파일 공유 사이트였던 곳들이 아카이빙 사이트로 변모하기도 하는 해프닝도 있었고, 개중에서는 슬쩍 다시 다운로드 기능을 열며 불법 공유 사이트를 겸하기도 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도 구할 수 없는 애매한 매물이 있으니, 게임 팩 자체가 추가적인 부속물을 달고 있는 경우다. <Warioware: Twisted!>라는 북미 정발 카트리지로 갖고 있던 <돌려라: 메이드 인 와리오>가 그런 운명으로, 결국 더 비싼 돈을 주고 다시 구한 일본어판 카트리지만이 미개봉 상태로 손에 남아 있다.



2. 이차 세계대전 말, 연합군은-사실 더 정확하게는, 주로 미군과 일부 영국군은-독일의 폐허에서 온갖 문서들을 수집했다. 이는 전쟁 이후 독일의 새로운 정권이 수립된 이후 반환되었지만, 그 전에 거쳐야 할 과정이 하나 있다. 자료들은 엄밀히 분류되어 개중 가치 있다고 판명되는 모든 자료들은 런던과 워싱턴에서 그대로 복사되어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tional Archives에 남았다. 이 작업을 위해 독일의 문서들이 전부 반환될 때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거의 반 세기에 걸쳐서 수많은 자료들이 미국에 보존되게 되었다. 이 때 복사 및 보존을 위해 사용된 매체, 마이크로필름은 현재도 문서의 보존에 사용되고 있다. 반면, 일부 저장소의 경우 마이크로필름과 별도로 디지털 이미지를 저장해놓기도 한다. 



디지털 자료는 그 저장소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원성의 환상을 안겨주곤 한다. 실제로, 하나의 서버가 아닌 여러 분산된 서버에 중복적으로 보존된 자료가 쉬이 손실되지는 않을 테다. 더욱이 그 서버가 수많은 개인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더더욱. 프로젝트 구텐베르크 같이 인쇄 자료를 디지털 매체로 '보존'시키는 프로젝트 역시 존재한다는 점은 그래서 흥미로운 일이다. 사람들은 한 번 인터넷으로 옮겨온 자료는 아무리 한두 저장소가 사라지더라도 결국 누군가의 컴퓨터에는 남아 영원히 보존될 수 있으리라고 믿으며, 그런 믿음은 실제로 여러 사례에서는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나, 늘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인류의 대재앙에서 벌어진 대규모, 장기간의 정전 사태로 인해 현대의 수많은 자료들이 말 그대로 소실될지도 모른다. 이는 실제로 <기억이>에서 걱정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이기도 하다.



3. Wayback Machine이나 archivetoday 같은 웹사이트는 전체 인터넷의 웹사이트들을 일정 기간마다 스냅샷으로 저장해두는 대규모 아카이브를 자처한다. 그러나 이 인터넷 아카이브라는 것이 기존의 다른 아카이브들과 전혀 다른 점은, 이들은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저장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자료는 선별되지 않으며, 시시콜콜한 개인적인 정보 역시 어느 웹사이트에 기록되어 있었다면 어떻게든 찾아낼 수 있게 저장된다. 인터넷 아카이브들은 종종 디지털 장례식 같이 자신의 행적이 남아 있는 디지털 자료들을 삭제해 정리하려는 시도조차 무시하곤 한다. 어떤 면에서, 인터넷 아카이브는 불법 자료 공유소와도 유사한 역할을 한다. 한 때 인터넷 세상에 존재했던 정보라면 전부 다 뭉텅이로 저장해두고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반쯤 무정부적인 공유소.



개중 재밌는 사례는 National Emergency Library라는 이름의 '아카이브'로, 코로나 시기에 실제 도서관에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책의 전자 형태를 공유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던 이 저장소는 펭귄 랜덤하우스를 비롯한 많은 출판사들에게 집단소송 당했고, 패소했다. 당연하지만 이는 이 아카이브가 무단으로 불법 자료를 공유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었고, 인터넷 아카이브와 실제 아카이브 사이의 괴리감이 여기에서 두드러진다. 인터넷 아카이브들은 대체로 자유로이 공개된다. 하지만 이런 곳이 Library Genesis 같은 불법 자료 공유 사이트와 사실 실용적으로 무엇이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