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운하의 문장들 읽고 있으면 최대한 넓은 독자층의 입맛에 맞게 빠른 전개는 물론이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움직임을 문장 안에서도 짚고 넘어가는 하드보일드한 문체가 인상적인데
표류도에서 지속적으로 멈추어가며 상념에 빠져드는 문체와 비교하면 자신의 틀을 깨기 위해 작가가 엄청 고심했다는게 느껴지는 거 같음
이런 문체 연습이 바탕이 되어 김약국에서 쏟아지는 비극 전개를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비단 팔리는 글에서만 중요한 문체는 아니겠지만 목적의식이 뚜렷한 글들과 다르게 작가 스스로 자기 문장에 취해 얄팍한 사유에 휘둘리며 문장쇼 하는 거 꼴뵈기 싫거든
현대 한국 문단 문체의 아버지꼴인 김승옥도 적절한 위치에 적절한 어휘와 은유를 배치함으로서 얻어내는 효과에 집중하지 미려하게 쓰는 것에만 목표를 둔게 아닌데...
아무튼 푸른 운하 재밌다 성녀와 마녀처럼 각 잡고 욕망의 이야기를 쓰는 것도 아니고 서서히 세상을 향해 열어가는 순수한 아가씨 캐릭터가 매력적이야
ㅇㅇ 사실 토지라는 우주명작은 그동안 대중소설들을 쓰며 익힌 테크닉의 총집합이라 할 수 있지요...
씽씽 달리는 자동차에서 보이는 가로등의 묘사로 속도감을 표현하고 유리창에 비친 얼굴을 감정 그대로 여기고 이걸 전부 문장 하나로 끝내는 거 보면 박경리는 국문단 하드보일드 갱스터가 확실함
이 양반은 아드님 장지에 보내고 와서도 원고료 벌려고 불신시대인가 그 작품 밤새 쓴 분이라서. 정말 먹고 살려고 궁리하면서 글 쓴 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