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이때까지 읽은 모든 책의 후기를 적은 메모에 모비 딕의 후기를 적을 생각이었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 따로 올림.
모비 딕을 거의 2달 조금 넘는 기간동안 읽어 완독했다. (하루 16페이지 +@ 정도로 읽었다.) 1년 전 쯤에 개정판 미니북을 읽어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읽었음에도 확실히 어려웠다. 내가 발견한 (사실 이미 대다수의 독자들은 알고있을) 특징들을 정리하며 후기를 작성한다.
먼저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는 고래 지식에 관한 장황한 설명. 이 설명은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어렵다기보단 재밌는 혹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디. 작중에서 이슈미얼의 고래지식에 관한 설명은 마치 지식이란 이성적 내용을 문학이라는 감성적 풀이법으로 설명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기에 이성과 감성 모두를 요구하는 서술법이 사용되며, 이 과정에서 모비 딕만의 강한 매력이 발산된다.
예를 들어 문장을 만들어보자면,
“코끼리의 코는 상당히 길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구사할 수 있다.”
라는 문장을 이 소설에선
“이 지구상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생명체의 코는 마치 과거 이도교들이 생각하던 이 땅을 지탱하는 뱀과 같고, 그런 고차원적 존재와 유사한 코는 그 의지에 따라 마음껏 움직일 수 있다.”
라고 (서술의 유사성보단 내가 서술에서 얻은 감성이 유사하게 느껴지도록 예시를 작성했다.) 적는 것과 같다. 그러니 문장이 길어지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내가 미국인도 아니고 당시를 살아본 적도 없고 뱃사람도 아니었기에 이 문학적 감성에 공감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는 점이다. 롤리타에서도 한번 느껴본 감정인데, 나의 경험과 지식이 더욱 풍부했다면 소설을 더 잘 즐겼을텐데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특징으로 넘어가보자. 난 개인적으로 군상극을 상당히 좋아한다. 한명의 깊은 감정과 사연보단 상황의 흐름과 인간 관계에서의 틀어짐 혹은 재생력이 나에겐 더 흥미롭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내 기대를 채워줬다. 선장과 선원들의 관계는 흥미로웠고, 그 성격차가 확연했기에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깊게 생각할 가치가 없다는건 아니다.) 쉽게 이해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이 관계들의 종결성이 좀 애매했다는 것. 소설 속 인물이 너무나 많고 그 인물들의 깊이를 하나하나 담아낼 분량이 부족했던 것인지, 흥미로운 인물들이 등장함에도 관계가 끝나는 지점은 애매하다. 대표적으로 언제부턴가 언급이 사라지는 퀴퀘크와 이슈미얼의 관계 등이 있겠다. 소설의 끝도 다소 염세적 혹은 허무주의적 (솔직히 내가 철학을 공부 안해서 이런 단어가 알맞은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있기에 이런 관계의 끝에 관한 기대를 만족시켜주진 못했다. 차라리 인물의 깊이를 좀 더 얕게 하고 제대로 끝맺음을 내는건 어땠을까 싶긴 하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난이도를 상당히 어렵게 했던 것은 장면 묘사이다. 난 피쿼드 호의 구조, 보트의 구조, 다양한 장비들의 구조를 전혀 모른다. 그러니 그 장면 자체가 나에겐 상상이 좀 어려웠다. 이건 초반부의 육지에서의 장면과 확연히 비교되어 더욱 체감되었는데, 초반부의 호텔, 마을같은 배경을 가진 장면에선 몰입도가 높았던 것에 반해 중후반부의 (사실 거의 전체) 장면 이해는 거진 불가능했다. 이것 때문에 딱히 배경이 없는 고래 지식 부분이 더 재밌었던 것도 있겠다. 마치 다들 바쁜 상황에서 나만 어벙하게 상황 파악 못하고 답답하게 행동하는 잡동사니가 된 기분이었다. 물론! 이건 내 지식의 한계 혹은 상상력의 한계이기에 이 소설 자체의 단점이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보면 난 앞에서 말한 3가지 이유 덕분에 소설에서 충분한 흥미 혹은 재미는 느낄 수 있었지만 몰입은 잘 할 수 없었다. 롤리타나 죄와 벌을 읽었을 때는 뭐랄까 전율이 느껴졌었는데, 모비 딕은 그런 느낌을 받진 못했다. 아마도 취향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문학 동네에서 출판한 황유원 번역가님의 모비 딕을 읽었다.
재독한다면 서문이랑 발췌문까지 꼼꼼히 봐야지
아무래도 처음은 감상이 목적이고 재독은 분석이 목적이니 그렇게 해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음. 같은 내용을 그저 감상만 반복하면 그건 그것대로 질릴테니깐 - dc App
그걸 넘어서 발췌문만 봐도 모비딕 전개 결말 다 알 수 있지
삽화 있는걸로 사는게 좋을려나 - dc App
인물을 클로즈업 하거나 묘사보단 그림체의 분위기를 강조하는 삽화들이르 장면을 이해하는 것엔 도움이 안됨. 다만 그 분위기기 상상력의 빈 부분을 채워주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런 목적이라면 추천함. - dc App
문동 분철된 모비딕은 미주임? - dc App
모비딕은 인류 최고의 책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