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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마시는 새...


어릴 땐 걍 재밌게 읽었고


재독할 땐 눈마새보다 재밌지만 완성도는 떨어지기에 다시 볼 일은 없을 거라 여겼었는데


심심해서 보다보니 의외로 오히려 고전이 될 수 있는 양서라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피를 마시는 새... 그것은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것. 작중에선 스케일 크게 제국이라 일컬어지지만, 그것은 만물에 주관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인간 삶의 양식일 것입니다. 작중에서 엘시는 만물에 주관을 부여하지 않고 형성된 한계로 정해진 법(아라짓 제국의)을 따르기에 죄가 없으며 지독히 부덕합니다. 인간으로서는 부덕하되 시스템으로서는 결함이 없다 봐야겠죠. 그런 그가 오감이 마비되는 똥이 가득한 우물 속에서 무아지경으로 오직 사람만을 그렸다는 것 또한 재밌습니다. 자아가 날아가는 상황에서 남은 것이 오직 자신이 아닌 사람에 대한 관심이라면, 그것은 인간적인 것일까요 비인간적인 것일까요.


또 여러 다른 재밌는 요소가 있겠읍니다. 이영도의 소설은 상징으로 가득하다보니 해석할 것들이 다양하겠지요.

하지만 제가 재밌어하며 읽은 부분은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사람의 신에 대적하기 위해 종족별로 셋이 모일 겁니다.


하지만 레콘만은 집단을 이루는 데 익숙하지 않으므로 눈물을 마시는 새, 즉 타인을 연민하여 스스로 희생하는 인간의 선한 속성을 상징하는 인물인 사모 페이는 그들이 모이는 것을 도우려 합니다.


그들 셋은 사람의 신에 대적하기 위한 레콘이므로, 그들의 숙원은 개인주의자인 레콘 자신의 것이 아닌 사람 모두의 것입니다. 그렇기에 4종족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는 숙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의 지배자를 죽여 모두에게 영향을 주고, 코끼리를 가축화해 사람 모두의 삶에 영향을 주고, 사람 모두에게 아름다운 베필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파티에 모인 레콘은 모두 일곱입니다. 사람의 신을 상대하는 셋을 빼면 넷이고요. 재밌는 점은, 그들 중 하나를 제외하면 사람의 신을 상대하는 셋이 무사히 사람의 신에게 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사모 페이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한 길잡이인 론솔피, 치천제의 발을 낚아버린 대적자 야리키, 그리고 물을 두려워하지 않음으로써 분열되어버린 레콘이면서 레콘이 아니기도 한, 그래서 다른 것을 같게 같은 것을 다르게 만든, 요술쟁이 아트밀은 지멘을 살려줬습니다.


이 셋은 스스로만을 신경쓰는 전형적인 개인주의자 레콘들입니다. 이들은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하는 변한 레콘'을 상대하기 위한 셋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정의덕후 주테카??? 같은 것을 같고, 다른 것을 다르게 말하는 정의는 주관의 대표가 될 수 없지 않을까요. 사실상 피마새에서 가장 밋밋한 레콘이며.. 요술쟁이를 각성시켜주는 역할만 맡은 케이스겠죠.



사모 페이의 연민이 결국 주관적인 가치부여의 굴레를 막아버리는 형국으로 이야기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적인 눈물을 마시는 새가 인위적인 피를 마시는 새를 잡아버린 셈이죠.

재밌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