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쪽 안쪽의 작은 분량에 무수한 사건과 이야기를 밀도 있게 꾸역꾸역 잘도 밀어 넣었다.
전투 묘사가 한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정도임에도 상당히 긴박하다.
그럼에도 문체가 가벼워 쉽게 읽힌다.

아서왕 전설을 당시 현실에 맞춰 재구성하고 그 현실적인 이야기가 다시 전설적인 이야기가 되는 것을 소설로 표현한 작품이다. 현실이 어떻게 왜곡돼서 전설 또는 역사가 되는지에 대해 픽션으로 다시 쓰는 것이 에코의 소설들과 비슷해서 좋았다. 무엇보다 에코 소설보다 읽기가 쉽다.
특히 여자아이인 주인공 그위나는 1인칭 관찰자로서, 암흑기 중세 유럽 당시의 현실을 보여주는 인물로서 정말 뛰어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소년 종자로서 마르딘(멀린이다. 아서의 책사이자 음유시인으로 그려진다)의 곁에서 정세의 중심을, 전쟁의 현장을 지켜볼 수 있었고, 또 그웬휘바르(그위네비어 여왕)의 하녀로서 남성 중심으로 흘러가는 역사의 외곽의 삶 또한 비춰줄 수 있었다.

이 현실적인 이야기에선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인간들만이 있을 뿐, 마르딘의 이야기 속에서만 전설적인 영웅이 있었다.


크킹하고싶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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