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짬이 읽기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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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오는 구렁덩덩 선비가 젤 좋더라 



옛날 어느 마을에, 나이가 들도록 한동안 자식이 없어 고민만 깊어가던 부부[1]가 있었다. 아내는 낮이나 밤이나 오로지 자식을 얻기만을 기원하며 기도를 드린 끝에 마침내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사람이 아닌 커다란 구렁이였다.[2] 부부는 처음에는 불길한 일이라 생각하고 놀랐으나, 그래도 긴 세월 끝에 얻은 자식이었기에 공을 들여 열심히 구렁이를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양반집의 세 딸이 아이를 구경하러 왔다가 첫째 딸과 둘째 딸은 구렁이인 것을 보고 기겁했지만, 유독 셋째 딸만이 구렁이에게 호감을 보였다. 십여 년 뒤 구렁이는 장성하여 어머니에게 이웃집 딸과 혼인시켜 달라고 청하였다. 맨 처음 기겁했던 두 딸은 누가 미쳤다고 구렁이와 결혼을 하느냐며 거부했지만 유일하게 그를 좋아했던 셋째 딸이 동의하여 구렁이는 셋째 딸과 결혼하게 되었다. 그리고 혼인 후 첫날 밤, 구렁이는 허물을 벗더니 잘생긴 남자의 모습이 되어 아내 앞에 나타났다.

구렁이 신랑은 낮에는 뱀으로, 밤에는 사람으로 지내다가, 얼마 뒤에는 허물을 아예 벗고 완전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신랑이 출세할 나이가 되자, 구렁이 신랑은 아내에게 허물을 주면서 이 허물을 없애버리거나 남에게 보이면 안 된다고 당부하고는 과거시험을 보러 떠났다. 이에 아내는 허물을 절대 잃어버리지 않도록 궤짝 안에 넣고 꼭 잠가 두었다. 그러나 막내동생의 잘생긴 남편을 시기하고 있던 언니들은 아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몰래 궤짝에서 허물을 꺼내 불에 태워 버렸다[3]. 구렁이 신랑은 허물 타는 냄새를 맡고는 아내가 허물을 태운 것으로 오해해 그날로 집에 돌아오지 않고 떠나 버렸다.
신랑이 사라지자 세 딸의 부부는 그 충격으로 인해 앓아눕고 언니들은 자신들 때문에 이 일이 벌어졌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도중, 남편을 찾아 나선 아내는[4] 밭 가는 사람, 빨래하는 여자와 까치에게 길을 물어물어 마침내 지하세계로 들어가 남편이 사는 곳을 찾아갔다. 하지만 구렁이 신랑은 이미 새 여인과 혼인[5]해 살고 있었는데, 아내는 이 모습을 보고 슬퍼했지만 곧 주저하지 않고 노래를 불러 남편이 자기를 알아보게 하였다. 구렁이 신랑은 진짜 아내가 될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두 여인에게 물 길어 오기, 호랑이 눈썹 가져오기 등의 내기를 시키고, 모든 내기에서 첫 번째 아내가 이기자 재결합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 아내는 무슨 죄야...

다른 구전에는 언니들의 질투로 허물이 불타자 구렁이 신랑이 아내를 원망하며 사라지고, 아내가 후회 끝에 스스로 목을 매며 비참한 최후를 맞거나 스님이 되어 절로 들어가는 결말도 있다. 또 다른 구전에서는 구렁이 신랑이 아내와 재회한 뒤, 아내의 언니들을 벌주는 내용과 언니들이 사과하거나 혹은 집에서 쫓겨난다는 내용도 있다. 어떤 구전에서는 새 아내(혹은 약혼자)가 옛 아내와의 내기 과정에서 죽는다고 한다. 혹은 아예 새 아내가 안 나오고 구렁이 신랑이 오랫동안 첫번째 아내를 기다리다 자신을 찾아온 첫번째 아내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내가 구렁이 신랑을 찾아가는 여정과 시험 과정은 매우 깊은 신화적 상징성을 함축하고 있으며, 이러한 아내의 시련은 한국 서사문학에 깔려 있는 여성 수난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구렁덩덩 신비 이름부터 ㅅㅌㅊ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