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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작가 입문작으로 단편집 눈길을 읽었습니다.


단편집 눈길의 모든 주인공은 스스로 내면에 짐을 간직한 듯합니다.

이들의 짐은 실체가 흐릿하고 지극히 사적인 것으로써 그려져 있습니다.


<눈길>의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부채 의식이나, <거룩한 밤>의 아파트 주민의 음흉한 성정과 계락을 근심하는 주인공.

이런 요소가 개인이 품은 내면의 짐을 우중충한 시각으로 보여주는데

앞서 언급한 두 단편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테마를 담았다면 <불 머금은 항아리>나 <얼굴 없는 방문객> 같은 작품은 같은 내용을 정면에서 긍정하면서

삶의 멋을 올려다가 예찬합니다.


<겨울 광장> 같은 경우엔 처음은, 보다 현실에 기반한 외적 갈등이 중심을 차지한 듯했으나 역시 동류의 주제로 회귀하고

주인공인 어머니는 지리멸렬한 정신에 삼켜져서 마음과 행실이 서로 분별할 수 없는 형편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현재로써의 어머니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주변 인물의 일치된 뜻은 내용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헤아리는데 있어서

저에게 간단한 긍정과 부정으로 치부할 수 없는 모호함과 의미심장함을 주었습니다.


짐은 단순히 해소하고 풀어져야 할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인물이 자발적으로 불쾌의 뭉텅이를 붙들고

스스로 덩치를 키우며 자신의 삶의 취지와 열정마저 그것에다 밀어 넣어 대신하려는 태도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코 사라질 길이 안 보이던 그것이 막바지에 가서 마음이 홀가분해질 지경의 해소를 이루고 나면

대부분의 주인공은 짐이 풀리는 동시에 본인 또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거룩한 밤>의 암컷 타락, <얼굴 없는 방문객>의 죽음)

이런 계기를 살펴볼 때 결국 작가에게 이 집념을 품은 짐은 목숨과도 같아질 무언가가 아닐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