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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11월 감상문을 많이 못 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제법 써둔 게 있었다. 사실 감상문 안 쓴 책들이나 대충 한 줄 평만 남기려고 했는데, 정리도 해야겠다, 내친김에 감상문 결산을 한다.


겨울엔 확실히 독서량이 늘어난다. 추워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잘은 모르겠는데 나쁜 일은 아닌 듯하다. 그리고 겨울에 하는 독서가 유독 맛있다는 느낌도 있다.


봄 가을에는 벤치에 누워서 독서할 때가 많다. 가끔 사람들이 신경쓰이긴 하는데 다행히 히끔거리거나 뭐라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내가 스스로 부끄러워서 일어날 때가 많았기에. 어쨌든 겨울에는 못하는 독서법 중 하나라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방에서 하는 독서가 다시 곱씹을 때 그때 느꼈던 안락함 덕분에 좋은 기억이 되는 경우가 많다.


뭐, 얘네는 그냥 사담이고......


아래서부터 차근차근...



1. <울지 마, 아이야>_응구기 와 시옹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eading&no=567886&s_type=search_subject_memo&s_keyword=.EC.9A.B8.EC.A7.80.20.EB.A7.88.2C.20.EC.95.84.EC.9D.B4.EC.95.BC&page=1

너희 좋은 말할 때 응구기를 읽어라...&lt;울지 마, 아이야&gt; 스포인(대충 지지를 철회하고 한 몸이 된다는 템플릿)주인공 은조로게는 가족의 비범한 아들로서 모두를 위한 구원자의 삶을 꿈꾼다. 그는 교육을 받는다. 삶의 치열함에서 교육gall.dcinside.com


다 읽고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이거 뭐 쓸 게 있나 싶어서... 그런데 생각보다 내용 정리가 술술 되었다. 섬세하면서도 복잡하지 않은 서사의 힘을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탈식민주의 읽는 독갤럼들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보니 아프리카 문학 감상문 쓸 때는 몬가 의식하게 된달까... 작품 내에 좋은 문장이 많은데 타이핑 하기엔 눈이 너무 시려서 그냥 다 찍어버렸다. 요즘에 느끼는 건데 직접 타이핑해서 올리는 거랑 사진으로 찍는 거랑 가독성 차이가 너무 달라서 나도 사진으로 올리면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앵간하면 직접 쳐서 올려야지.......


아무튼 응구기 소설은 처음이었고, 200페이지 내외 되는 짧은 분량임에도 글에 밀도가 있어서 그런가 오래 읽었다. 최대한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리고 싶었는지 시점이 은근 자주 바뀌는데 따라가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다. 구르나랑 굳이 비교하자면 둘이 굉장히 비슷하지만 응구기쪽이 좀 더 삼삼한 느낌.


다음엔 한 톨의 밀알을 읽는다.



2. <미친 사랑(치인의 사랑)>_다니자키 준이치로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eading&no=569493&s_type=search_subject_memo&s_keyword=.EC.B9.98.EC.9D.B8.EC.9D.98.20.EC.82.AC.EB.9E.91&page=1

스포) 『치인의 사랑』사실 딱히 감상평 쓸 게 없는조지라는 노총각이 나오미라는 소녀를 거두어 키잡하려 했다가 도리어 자신의 성적 욕망에 굴복 당한다는 간단한 플롯을 가지고 있음읽으면서 이런저런 다른 작품들도 생각났는데 딱히 연관성이랄 건gall.dcinside.com


감상문 말미에도 언급했지만 적당적당한 느낌의 작품이다. 뭐 또 마조히즘, 여성에 굴복하는 남성... 그런 구도가 나오긴 하지만 그게 섹슈얼리티적으로 부각되는 부분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다만 유니콘 형님들 극대노할 소설인 건 확실하다.


한편으론 지극히 다니자키스러운 작품이기도 해서 이게 좀 애매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왜 당시 일본에서 인기 있었는지는 알 법하다. 설정만 보면 상당히 파격적이니. 그렇다고 휘몰아치는 작품은 아니지만 아마 키잡 자체에 충격 받는 경우가 많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짙은 알레고리를 사용한 작품도 아니라서 깊게 읽기는 힘들고 또 또 동어반복이지만 적당적당하다.


별개로 나오미에 대한 조지의 심리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볼만 하지 않을까...


다음엔 만, 시게모토 소장을 읽는다.



3. 욘 포세의 극작품들_<이름/기타맨>, <가을날의 꿈 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eading&no=570288&s_type=search_subject_memo&s_keyword=.EA.B0.80.EC.9D.84.EB.82.A0.EC.9D.98.20.EA.BF.88&page=1

스포) 『이름 / 기타맨』, 『가을날의 꿈 외』_욘 포세이름 / 기타맨 / 어느 여름날 / 가을날의 꿈 / 겨울지만지에서 출간된 희곡집을 읽으면 이렇게 다섯 편을 읽을 수 있고, 창작 시기대로 정리되어 있다.포세의 희곡을 전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절대 일반적인 근대극의 형식gall.dcinside.com


낮에 급하게 쓰느라 좀 맛이 간 것 같은 감상문. 사실상 다섯 작품 다루는 감상문이라 하나씩 얘기하는데도 정신이 없다. 이거보다 쪼끔 더 잘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뭐 어떤가. 솔직히 작품 읽고 너무 좋았던 그 느낌을 전달하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하지만 그런 게 100% 전해지지 않는다는 게 감상문을 쓸 때마다 드는 아쉬움이다.


이름 기타맨은 솔직히 재밌게 읽진 않았고 그냥 멍하니 읽었다. 시극이라 대사 하나하나 느껴보려고 했는데 고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술술 읽었다. 기타맨은 제법 괜찮았는데 이름은 확실히 아쉬웠다.


가을날의 꿈은... 감상문에 뭐라 주저리주저리 써놓긴 했는데 희곡 특성상 더 그렇기도 하고, 작품이 가진 그 좋음이 전혀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라... 위에서 말했듯 모든 감상문이 그렇긴 하지만,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다.


작품을 해제한다는 건 해체한다는 것과 맞닿아있지 않나. 좀 이상한 말인가? 잘 모르겠다. 감상문은 말 그대로 좋은 비평에서 느낄 수 있는 '이거 읽어야겠지?' 하는 느낌보단 그냥 내가 생각한 것, 내가 말하고 싶은 것 위주로 남기는 쪽으로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지만 소위 '영업'하는 일이 쉽게 멈춰지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다들 욘 포세 읽어주셈.


다음엔 보트하우스를 읽는다.



4. <이것은 물이다>_DFW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eading&no=570642&s_type=search_subject_memo&s_keyword=DFW&page=1

DFW 연설문 읽고 있는데아......gall.dcinside.com


이건 감상은 아닌데 저거 읽다가 머리 한 대 맞은 거 같아서 올렸던 감상 아닌 감상. 생각하지도 않은 아이러니랑 맞딱뜨린 그 느낌이 참 기묘했다.


근데 사실... DFW가 이게 처음이었다. 그치만 약간 독갤에서 자주 뵈던 얼굴이라... 건너건너 지인의 그리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기묘하고 독특한 속사정을 엿들은 몹시 이상한 기분.


다음엔 사람들은 재밌다고들 하지만...을 읽는다.



5. <낯선 시간 속으로>_이인성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eading&no=572794&s_type=search_subject_memo&s_keyword=.EB.82.AF.EC.84.A0.20.EC.8B.9C.EA.B0.84.20.EC.86.8D.EC.9C.BC.EB.A1.9C&page=1

스포) 『낯선 시간 속으로』「난, 이곳이 이름 붙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현실이 아닌 것 같고,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는데, 하지만 이젠 어느 틈에 그 반대가 된 거야. 이제 난, 아직 이름은 없지만 엄연히 우리 앞에 놓인 이 확gall.dcinside.com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이 책을 읽을 생각이 없었던 거 같은데... 왠지 이래저래 읽어버렸다. 그것도 아주아주 재미있게. 덕분에 흔치 않게 파바박 감상문이 나온 책 중 하나다.


모더니즘이라고는 하지만 베케트나 한트케식 해체의 모더니즘은 아니고, 오히려 응집하기 위한 텍스트에 가깝다는 느낌이라, 비슷한 형식인데도 읽는데에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오히려 아주 강렬한 힘을 가진 산문시 같기도 하고,(이건 베케트 읽을 때도 드는 느낌이긴 하지만 이인성은 같은 언어라 그런지 더 직관적이고 현실적인 이미지가 그려진다) 여튼 취향에 그대로 꽂힌 묘한 작품.


별개로 내용 자체는 깔끔하게 정리되는 소설이라 오히려 정리하기는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권말해설도 조금씩 참고해가면서 읽어서 그런가? 서사가 뚜렷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가 맨 마지막에 다 설명까지 해주기에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하는 의문이 전혀 들지 않은 덕분에 매끄럽게 감상문을 쓸 수 있었다.


누군가 국문학의 모더니즘을 물으면 고개를 들어 문지 클래식을 보게 하라.


다음엔 한없이 낮은 숨결을 읽는다.



6. 감상 안 썼던 거 간단히 감상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아르놀트 하우저)_초반엔 재밌었는데 아무래도 하우저가 -맑-이라 그런지 민중문학 걸러내기에 너무 혈안이어서 그 부분만 조금 힘들었다. 그리고 중세는... 다들 알다시피 그리 재밌는 시대는 아니라 ㅎ 중세철학은 참 재밌게 읽었는데 중세사는 특유의 고만고만함이라고 해야하나... 이게 편견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드르렁하는 포인터가 좀 있다.


밤이 선생이다(황현산)_초반에 정치 얘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걱정했는데 산문 자체는 전체적으로 좋았다. 괜히 사람들이 한때 많이 읽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현대시 산고보다 더 재밌게 읽은 부분도 있었다. 근래 읽은 산문집 중에 가장 재밌게 읽은 느낌. 무엇보다 산문집이라는 게 편하게 읽기 좋다보니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여튼 이제 비평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농담(밀란 쿤데라)_벽돌 장편 중에 쑥쑥 읽은 게 죄와 벌하고 지상의 노래... 하고 몇 개 기억나는데, 이것도 그 중 하나에 든다. 500페이지 되는데 글에 담긴 관념적인 힘이 강해서(강한데도) 쑥쑥 매끄럽게 나아갈 수 있었다.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의 완급조절? 또는 가벼운 무거움, 무거운 가벼움의 아이러니를 탁월하게 활용하는 작가. 괜히 GOAT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참존가 언제 읽음?


아버지의 해방일지(정지아)_좀 뜬금없는 책이긴 한데 읽어야 할 일이 있어서 읽었고, 읽으면서 (바이럴 제하고도) 많이 팔릴 만한 부분이 보이긴 했다. 막 엄청 좋다고는 할 수 없는데 무난히 잘 읽었다. 이하 생략 ㅎ.


춘향전(민음사 판본)_임권택 영화랑 번갈아가면서 봤다. 다 아는 내용이긴 했는데 제법 재미있는 독서 경험이었다. 근데 가끔 감상 올라올 때 외설적인 부분에 깜짝 놀랐다던 평이 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음......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읽히던 것 치고는 양반이나 알 법한 고사나 한시가 많아서 신기했다. 뜬금 없긴 한데 하우저가 판소리계 소설을 보면 뭐라고 평했을까. 또 '이건 완전한 민중 문학이라곤 할 수 없는데...'라고 평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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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고 바로 자려고 했는데 쓰고 나니까 잠이 좀 깬...

나우리딩은 개꿀잼 카프카 <소송>이니 좀만 읽다 자야지


다들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