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독서량이 비슷한 친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읽는 방식의 차이는 굉장히 큽니다.


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동하면 가능한 양장의 책을 구매해서 책장에 꽂아넣습니다.


꼬박꼬박 채워가는 모습에, 오래된 종이가 풍기는 냄새에, 그 물성적인 매력에 푹 빠져있습니다.


물론 모으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읽기도 꾸준히 읽습니다.



반면 친구는 책의 컨텐츠 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마실용 스쿠터 한대로 집 근처 도서관을 매주 왔다 갔다 합니다.


남들이 읽고 읽어 바래서 부스러지기 일보직전인 책도 대수롭지 않게 읽습니다.


그 친구의 집에는 책이 거의 없습니다.


도서관에 들이지 않는 해외 기능 서적 정도를 제외하면 실물인 책을 사지도 않을 뿐더러


사는 즉시 작두로 잘라 스캔하고 버립니다.


집에 뭔가를 쌓아두는게 싫고 자기는 모니터로도 책이 잘 읽혀서 문제가 없답니다.


뭔가를 모아두게 되면 집착하게 되고


집착하는 물건이 쌓이면 버리지도 못하는데 청소하기만 힘들다는게 이유에서입니다.


이 친구의 서재에 들어가면 단순한 원목 책상과 컴퓨터, 스캐너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먼지 한톨 없이 항상 깨끗하고 물걸래질을 해도 3분 내에 끝납니다.


친구가 저보고 그럽니다.


너 좋아하는 책 끼고 살다간 책먼지에 기관지 다 작살난다. 매일 책장 먼지 털어줄 수 있는거 아니면 버리던가 건강부터 챙겨라.




집에 돌아오니 마음이 좀 심란해집니다.


책 수집에 대한 욕심이 추접한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