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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좋았다... 성녀와 마녀보다 난 이쪽 손을 들어주고 싶음.

성녀와 마녀가 읽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웰메이드 막장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준다면 푸른 운하는 설레는 표현들로 가득한 연애 통속 소설에서 시대에 휘말리는 인물들로 가득한 토지(아마?) 같은 시대 소설로 점차 넘어가는 모습과 그 변화에 따른 인물들의 드라마가 매력적임

전개가 뻔하지 않게 몇 번이고 클리셰 비틀기도 선사되고 명확한 악인없이 모두가 자기네 매력에 따라 움직이니 딱히 밉거나 꼬운 캐릭터도 몇 없음. 오히려 고구마 없이 쭉쭉 사이다만 나오는데도 질리지 않게 쓰는게 대단함.

무엇보다 함축적으로 스피드있게 전개하는 문체가 빛을 발해서 풍부한 표현력의 문장들이 가득한게 정말 좋다. 현란한 어휘나 어려운 단어들 거의 배제하고 이렇게 쓰는 거에 도가 튼 듯. 누가 박경리 문장이 투박하댔냐?

거기다 그냥 통속적인 이야기만 전개하는데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여러 연애 고전 소설들의 문체적인 장점만 취해서 적절한 위치에 배치함에 따라 상당히 속 깊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줌. 표류도처럼 길게길게 현란하게 쓰지 않더라도 사람 심리를 간결하게 드러낼 줄 알게 된 거 같음. 뜬금없거나 뻔하지 않은 공감가는 심경의 변화들. 우리의 감정을 뒤흔드는 다양한 요소들의 포집만 따지면 소설의 길이에 비해 오히려 방대하다.

상당히 희망찬 느낌의 소설인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 어쩌면 당시 4.19의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실제 후반부의 주요 소재기도 하고. 반대로 5.16이 김약국을 시작으로 여러 비극 소설들의 트리거가 됐나 싶고....

반대로 엔딩이 조금 우리들의 모험은 지금부터다! 느낌이라 싫어할 사람도 있을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선거 비리의 혼란스러움과 4.19 성공의 분위기가 그대로 인물들에게 반영되어 그들의 행보에 설득력을 더해줬고, 결말을 앞둔 시점의 주인공들의 결심과 다짐,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은유들이 매우 뛰어났기에 날림이라던지 억지 엔딩이라는 느낌은 없었음.

조만간 다산책방에서 이거 포함 박경리 통속 소설들이 여럿 나올텐데 이 기회에 읽어보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