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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양의 「시시포스의 신화」
<사서(四書)>는 「하늘의 아이」, 「죄인록」, 「옛 길」, 「시시포스의 신화」의 4권의 책에 담긴 이야기가 교차로 서술된 형식을 가진다. <사서>는 서술자나 문체가 서로 다른 책으로 이뤄지는 구성도 재밌지만 4권의 책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가진다는 점을 눈여겨볼만 하다. 특히, 나머지 3권을 이해하기 위해 삶의 의미를 찾는 시시포스의 모습을 다룬「시시포스의 신화」를 통해 <사서>를 이해해보고자 한다.
등장인물인 학자가 작성한 「시시포스의 신화」에서 시시포스는 신의 노여움을 사 산 아래에서 산꼭대기로 바위를 밀어올리는 형벌을 받지만, 시시포스가 힘들여 산꼭대기로 바위를 밀어올리고 나면 바위는 곧 다시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이미 몸이 적응한 시시포스는 이 형벌에 반감이 없다.
시시포스는 바위를 올리는 와중 지나가는 산 허리에서 순진무구한 아이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아이를 보기 위해선 올라가야만 했고 또 내려가야만 했다. 아이는 시시포스에게 의미 없이 반복되는 바위 운반 속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와 존재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감히 수형자가 즐거움을 느낀다면 신이 내리는 형벌의 의미가 없어지는 터, 신은 이내 분노하며 아이가 없는 산 저편으로 시시포스를 쫓고 오르막길에선 바위가 절로 굴러가고 내리막길에선 엄청난 힘을 주어야 내려가는 도깨비 비탈에서 새로운 형벌을 내린다. 죄수가 감히 아름다움과 의미를 느낀 죄로.
시시포스는 새로운 벌칙을 수행하며 모든 걸 체념한다. 시시포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과 세계에 대해 번민하지만, 이내 곧 신과 세계의 섭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런 생각을 거둬들이곤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형벌을 받는다.
신의 뜻대로 일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듯 했다.
2. 「하늘의 아이」
책은 현실과 유리된 허상을 좇게 하고 책을 좇는 지식인들은 현실에선 쓸모없다. 이런 쓸모없는 것들을 잔뜩 수용해놓은 위신구 99구의 수장인 아이는 쓸모없는 것들을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드는 의무를 부여받는다.
아이는 상부(上部)가 원하는 인재가 되고 싶었고 명예를 얻고 싶어 했다. 그는 하나의 임무를 달성할 때마다 간절히 도성에 가는 최고의 영예를 바랐지만 번번이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해결하면 또 다른 불가능한 명령이 내려왔다. 의무의 첩첩산중은 무의미란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사막과도 같았다.
아이는 피로 키운 낟알 덕분에 꿈에 그리던 도성에 가는 영예를 누리지만 아마 도성에 가서 우수 지도자에게 내리는 영예를 누리면서도 또 다른 의미 없는 노동을 부여받고 괴로워했을 것이며 학자의 원고를 보고 괴로워했을 것이다. 도성에 다녀온 아이는 수염이 거뭇거뭇해지고 순진무구한 아이에서 인생의 의미를 고뇌하는 어른이 되었다. 더 이상 아이는 지식인들에게 무의미를 강요할 수 없었다.
그는 지식인들에게 압수한 책을 불쏘시개로 써버렸지만 오로지 단 한 권의 책을 곁에 두었는데, 그것은 예수의 그림책이였다. 무의미 앞에 아이는 결심한다. 예수처럼 스스로 십자가에 못 매달고 붉은 태양 아래 붉은 꽃들과 함께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죽어 간다. 무의미에 고통 받는 지식인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작품은 오성홍기를 그리듯 온통 붉은 색으로 덮여있다. 지는 해가 비친 붉은 토지, 용광로에서 용솟음치는 붉은 화염, 보상으로 지급되는 상부의 붉은 꽃, 등장인물인 작가(지식인들은 모두 이름을 잃고 과거의 직업으로 통칭된다.)가 옥수수낟알만한 큰 밀 낟알을 재배하기 위해 자신의 붉은 피를 내뿌리는 모습에서 끈적거리는 인간의 붉은 욕망이 배어나온다.
붉은 욕망은 무의미를 탈출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자 욕망을 달래는 상부의 붉은 꽃은 인간을 무의미 속에 가두는 족쇄였다. 하지만 아이는 그런 욕망과 족쇄란 부조리를 탈출하게 해주고 싶어 한다. 그건 인간을 향한 사랑이었다. 아이는 붉은 피가 모여드는 심장이 되고 필요한 곳에 붉은 사랑을 철철 내뿜는다. 아낌없이.
하지만 사랑이란 뻘건 바탕 위에 다섯 개의 별이 박혀버린다. 생존자 44명 중 자유통행이 가능한 다섯 개의 별을 얻은 43명의 지식인들은 아이에게 압수당한 책을 주섬주섬 챙겨 본래 살던 고향으로 되돌아 가지만 위신구 99구에서 유일하게 이미 오성별을 얻어 고향으로 돌아간 실험이 위신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장면은 아이의 희생에도 신은 인간에 대해 여전히 분노하고 있으며 형벌은 지속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인간이 무의미에서 벗어나려 제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해도, 아이와 같은 희생양이 모두를 구원하려 한다 해도, 무의미한 인생의 본질과 무의미를 견디지 못하는 인간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지식인들은 새로운 형벌에 고통스러워하며 여전히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며 번민하며 과거의 행복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실험 역시 설령 자유롭진 않았더라도 배부르던 그 시절을 그리며 되돌아오는 장면은 곧 인간의 패배를 의미한다. 지식인들의 모습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시시포스의 모습 그대로였고 신의 질서에 굴복하고야 만다.
신의 뜻대로 일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3. 동양의 「시시포스의 신화」의 완성
한 명 남았다. 위신구 99구에 유일하게 남은 사내인 학자. 학자는 유일하게 무의미란 형벌을 내리는 신의 뜻에 항명하는 자다.
학자는 작가의 고발로 사통혐의를 받아 자아비판을 당하고 폭행으로 다리를 절게 되는 수난을 겪지만 목숨을 위협하는 모든 위기 속에서도 사랑이란 생의 의미를 깨닫는다. 학자는 음악교사였던 여인인 음악과의 사랑을 통해 발전한다.
그들의 관계는 단순 육체 관계를 넘어 서로의 자유를 바라며 모은 붉은 작은 꽃(작은 꽃 125개를 모으면 위신구를 나갈 수 있다)과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어가는 와중에 매춘을 통해 얻은 귀중한 식량을 나누며 인간의 위대한 희생 정신과 강렬한 사랑을 깨우친다.
사랑에 눈뜬 학자는 도성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몰래 숨겨놨던 거대한 밀 낟알을 선물하고, 자신을 병신으로 만든 원흉인 작가의 장단지 살을 내놓는 진심어린 속죄에 용서하며, 위신구에서 탈출을 갈망하는 지식인들을 위해 자신의 몫을 양보한다. 그는 단지 생각하고 수행할 뿐이었다. 그 근간은 자신을 타인에게 내어주는 인간을 향한 사랑이었고 무의미한 세계 속에서 학자가 발견한 삶의 의미였다.
다시 1의 동양의 시시포스 신화로 돌아가 보자. 학자는 시시포스의 결말을 어떻게 지었을까?
시시포스는 괴로웠지만 이내 적응하곤 바위를 내리며 틈새로 또 다른 광경을 보았다. 또 다른 사람들과 풍광을 보며 사랑하게 되었고 또 다시 자신만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창출해냈지만, 신이 또 다시 새로운 형벌을 내릴까 두려웠다. 시시포스는 자신이 부릴 수 있는 재치를 최대한 부려본다. 바로 신의 형벌에 괴로워하는 척하는 것! 결국 시시포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괴로운 척하며 시시포스는 자신의 내면에서 피어나는 즐거움을 몰래 누렸고, 신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학자는 신이 내린 세계의 무의미란 형벌에 맞서 사랑이란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깨쳤고, 되새겼으며 실천했다. 4권의 책이 내용을 상호 보완하는 것처럼 인간도 사랑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야만 했다. 학자가 처절한 삶의 투쟁 끝에 발견한 삶의 의미는 제 아무리 간섭하길 좋아하는 신이라 해도 침범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절대영역이었다.
신의 뜻대로 일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간의 뜻대로 일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그 인간의 뜻은 사랑이었다.
삼국 최고의 작가 옌롄커ㅜㅠ
옌롄커 읽고 눈이 너무 높아짐..
옌롄커 최고작임? - dc App
아직 두권밖에 안읽어봐서 모르겠음.. 최소한 시간 아깝단 생각은 안들거라 확신함
멋있어~ - dc App
오홍 장바구니에 넣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