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강제로 나를 붙잡아 주길. 만일 지금 죽음이 육체의 베일을 끌어내리고 나로 하여금 신과 마주 대하게 한다면, 나는 도망가고 말리라."


"가장 위에 있는 것은 가장 낮은 것을 재현한다. 그러나 전도된 상태로 재현한다."


"교훈은 실행되기 위하여 주어진 것이 아니다. 교훈을 이해하기 위하여 실행이 부과된 것이다. 그것은 음계와 같다. 음계 연습을 마치지 않고 바 흐의 곡을 연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음계를 치기 위하여 음계를 연습하지는 않는다."


"집단적인 사고는 사고로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사물, 기호, 기계로 옮겨 간다. 그로 인해 역설이 가능해진다. 이제 사물이 생각하며, 인간은 사물의 상태로 환원되었다."


—중력과 은총, 시몬 베유






"나는 소설이나 희곡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그 거창한 장면이나 분노, 격정, 비극적 순간이 나를 열광시키기는커녕, 그저 비참한 섬광이요, 미개한 상태로만 다가온다. 온갖 어리석음이 터져 나오고 존재는 우둔함에 이르도록 단순해져, 물의 형편에 따라 수영하는 대신에 익사하고야 만다."


"생각의 기저는 교차점으로 가득하다. 나란 불안정한 것이다. 정신은 최대한의 가능성이고, 불일치 능력의 최대치다. 자아는 각각의 부분적 불일치에 대한 순간적인 대답이요, 자극이다."


"내가 보는 바가 나를 눈멀게 한다. 내가 듣는 바가 나를 귀먹게 한다. 내가 아는 바가 나를 무지하게 한다. 나는 아는 만큼, 아는 만치 무지하다. 내 앞을 밝히는 이러한 빛은 일종의 가림막으로, 밤과 빛을 뒤덮는 더욱... 더욱 어떠하단 말인가? 기이한 전복으로 이곳의 원이 닫힌다. 하여 앎은 존재에 걸친 구름이고, 반짝이는 세계란 각막을 덮은 백반이며, 명료하지 못함이다. 여기 내가 보는 모든 것을 거두어 가소서."


—테스트 씨, 폴 발레리






"삶은 네가 기대한 대로가 아니다. 네가 그 삶을 명명할 떄, 너는 그 삶을 꿈꾸는 것뿐이다. 삶은 네가 듣는 말들 속에서만 진행되고, 이 보이는 윤곽들, 그 특징들 속에서 너를 관찰한다. 그것이 너의 사랑이 될 것이다. 네가 그걸 너무 의식하지 않으면 말이다. 네가 너와 같다고 믿는 세계를 망각할 때 그 망각이 발산하는 향기 속에 네 삶은 있다."


"세계는 세계 속에서보다 내 속에서 더 크다. 그러나 나는 내 가슴속에서 펼쳐지는 현실로부터 몰려나왔다. 나는 내게 나타나기 위해 축소된 우주의 한 부분이다."


"말과 내가 더는 구분이 안 된다. 내 추억은 희망의 대상이다. 말은 두 가지 성을 갖는다. 말은 정신을 태어나게 하는 내 욕망이며 출산이다. 그것은 그 안에 있는 것으로, 나는 그 표명일 뿐이다. 나는 나에게 도달하는 사건의 주체가 아니다."


—달몰이, 조에 부스케






"나는 거기 있었다. 그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그 자신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거울에 비친 것은 그가 보는 나이자, 그가 아닌 다른 사람—타자, 낯선 자, 가까이 있지만 사라지고, 다른 가장자리의 그림자, 아무도 아닌—이기 위해 거기 있었다. 그러니까 그는 마지막까지 머물러 있던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분열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끝을 맺는 사람들에게 대단한 유혹이었다."


"왜 우리는 그것을 생각하는가? 왜냐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사유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유는 우리 것이고 설령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라 할지라도, 그 사유에 우리가 닿자마자 그것은 도약하기에, 우리를 그 사유와 함께 데려가기에 충분히 가벼워진다."


"그것은 웅성거림이다. 더딘 불은 그 웅성거림을 따라 다른 세계를 다 태우고, 어느 한순간에 그것을 내적 운동으로, 내밀한 단일성으로 드러나게 한다. 그 불은 거대한 건축물의 생생한 설계도를 드러내기 위해서 타오를 뿐이다. 불은 단일성을 통해 건축물을 무너뜨리며 건물을 태워서 건물을 드러나게 한다. 위대한 건축물은 단일한 빛 속에 모든 것을 계시하기 위해 중심의 불을 꺼뜨릴 수 없다. 우리는 모든 것이 타는 그 순간에 이르렀다. 모든 것이 활동하던 무수한 개개의 화덕에서 우연한 순간에 즐겁게 소멸된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각각의 불들이 지닌 차가운 열정과 함께. 우리는 불의 문자로 만들어진 빛나는 기호가 될 것이다. 그것은 모두에계 쓰였지만, 오로지 내 안에서만 읽히고 웅성거림으로 공동의 확실성에 대답하는 것이다.—오래 전에, 그리고 우리 각자에게 존재했던—이러한 믿음은 너무 희미해서 거의 꺼져 가는 불의 고통과 슬픔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 여겨진다."


—최후의 인간, 모리스 블랑쇼






"고독을 깨고자 말하고, 고독을 연장시키고자 쓴다."


"한 권의 거룩한 이 있는 게 아니라, 거룩한 의 침묵에 열린 책들이 있는 것이다. 쓰기란, 이러한 침묵에서 시작하여, 영원의 책을, 우리의 변신이 담긴 불멸의 책으로 틈입시키는 일이다."


"한 송이 장미 앞에서, 설명할 길 없는 우리네 태도다. 장미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감탄한 몸짓으로, 우리는 장미의 삶을 앗아간다. 쓰기란 자신에게 이러한 몸짓을 새로 되풀이하는 일이다. 우리 안에서 죽는 것은 우리와 함께 죽을 수 밖에 없다. 책이란 그저 이 모든 죽음을 알리는 일상의 부고일 따름이다."


"피가 잉크를 붉게 만든다. 그럼에도 그리 식지 않는다. 어휘는 모두 얼어 죽는다."


—예상 밖의 전복의 서, 에드몽 자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