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판사가 컴퓨터 파일 형태로 보관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인쇄/제본해서 보내주는 POD 형식으로 나온 소책자임. 아마 통상적인 책들처럼 미리 대량으로 인쇄/제본해서 파는 방식으로는 손해가 막심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하겠지. 딱 '소책자'인데 POD + 교보문고 구매대행으로 구입했더니 2만 원이 들었음.


저자 양반이 영어권의 라틴어 초급 학습자, 그중에서도 완전 생초보 단계는 지난 초급자용 읽을거리로 집필한 소책자임. 완전 창작은 아니고 로마시대에 씐 이야기를 간략화했다고 하네. 


저자가 영어권 학습자들이 보기에 편안하도록 썼기 때문에 나로서는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 라틴어는 주어가 명확하다면 빼버려도 무방하고, 특히 인칭대명사 '나(ego)'는 주어로는 잘 안 쓰여. 저 소책자는 로마시대의 도망노예 니케로스가 하는 이야기란 설정이라 1인칭 문장이 많이 나오는데, 아직 라틴어 문장에 익숙하지 않은 영어권 초급자들을 위해서 마치 영어 문장처럼 일일히 주어 ego를 명시함. 


영어권 초학자들은 저런 문장이 자연스럽게 다가오겠지만, 한국어도 정황상 주어가 뻔하면 빼버리는 언어란 말이지.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라틴어 문장들 중에서 구조가 단순하고 길이도 짧은데도, 저렇게 꼬박꼬박 ego를 명시한 경우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눈에 무지무지하게 거슬림. 


이야기 자체는 꽤 재미있었어. 나름대로의 반전도 있었고... 알고 보니 앞에서 복선이 나왔는데도 내가 모르고 지나쳤더라. 결말까지 보고 나서야 그게 복선인 줄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