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창의성은 무엇일까? 엘코논 골드버그는 사회문화적으로 보편적인 관념에 따라 창의성을 새롭고 가치 있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정의가 창의적이지는 않다). 고대 그리스에서 꽃핀 철학과 예술을 볼 때, 그들 역시 더 새롭고 더 가치 있는 것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창의성은 언제나 인류의 주된 관심사였다. 새것은 언제나 옛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골드버그의 말을 떠올려보면, 그보다 더 오래 전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은 고대 인류, 아니 수억년 전 우리의 조상이 단세포 생물이었던 때 조차도 생명 그 자체는 생존을 위해 더 새롭고 더 가치 있는 것을 내놓는 방식을 택했다. 진화의 결과물인 뇌는 창의적 구조물인 셈이다. 바꿔 말해, 창의란 우리 세계를 만들어낸 하나의 형이상학적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책 말미에 인공지능에 의한 인공창의성에 대해서도 다분히 긍정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무튼 간에 우리의 관심사는 수억년 전 과거도 아니고, 수십년 뒤 미래도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 눈앞에 직면한 개인적, 사회적 목표, 니즈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창의성이 무엇이냐? 보다는 우리는 어떻게 창의적 개인이 될 수 있는가? 에 더 눈길을 주고 있으리라. 안타깝게도, 그리고 다행히도, 엘코논 골드버그의 책 창의성은 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창의성과 뇌의 연관성에 대한 일반 대중의 통념, 심지어 과학계 내부에서 벌어지는 오해까지, 디테일한 뇌과학, 신경해부학적 해설로 논박하며 좌우반구의 역할 구분을 중점으로 뇌의 작동 기제를 설명하고 있다. 독자들은 그 여정에 참여하며 창의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뇌는 어떻게 창의성을 발현시킬 수 있는 걸까? 이러한 형태의 접근법은 양적 수련법에 국한되는 여타 자계서들과 달리, 우리는 어떻게 창의적 개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실질적 힌트를 제공하게 된다. 엘코논 골드버그는 창의성의 발현 매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그럴 듯 하게 들리지만 쓸모 없는 일과 쓸모 있는 일을 구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것이 창의석-뇌과학 시장을 소비하는 일반 대중의 니즈라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초점과 일반 대중의 니즈가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아도, 유의미한 수렴 지점은 있다. 엘코논 골드버그는 좌우 반구의 역할 구분을 시작으로 그 발현 매커니즘 규명의 포부를 연다. 그의 주장은 뇌의 좌반구는 익숙함을, 우반구는 새로움을 다루는 영역이라는 것. 옛 것을 조합해 새롭고 좋은 것을 만들어내려면 두 반구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정보는 어떻게 옛 것으로 저장되어 활용될까? 우리는 원칙적으로 시시각각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인다. 같은 연필을 1초 전에 본 정보와 1초 후에 본 정보는 원칙상 다른 정보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연필을 같은 연필로 인식함과 동시에 그것을 연필이라고 인식하기도 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걸까? 저자는 우반구가 전자를 담당, 좌반구가 후자를 담당한다고 설명한다. 우반구는 새로운 정보가 가진 고유성을 식별하고 좌반구는 그 정보를 범주화한다. 좌반구를 다치면 연필을 연필이라 인식할 수 없고, 우반구를 다치면 1초 전에 본 연필과 1초 후에 본 연필을 다른 연필로 인식한다. 좀 더 디테일하게 알아보자. 뇌는 세상을 인식하기 위해 표상 시스템을 사용한다. 뇌는 인간의 오감, 그 감각 정보에 대한 표상을 각자의 뇌 영역에 따로 따로 새겨넣는다. 연필의 생김새, 연필 쓰는 소리, 연필의 촉감, 흑연과 목조의 냄새, 이러한 여러 표상이 한데 엮여야 우리는 연필을 연필로 인식하며, 눈을 감고 연필을 만지기만 해도, 연필 소리만 들려도 연필을 떠올릴 수 있다. 뇌내의 빅데이터를 가동해 물체를 범주화하는 것, 이것이 좌반구의 역할이다. 이제 그것이 연필임을 알았으면, 뇌는 이 연필이 그 연필임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지각 향상성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우반구의 역할이다.
저자는 이러한 해설이 지나친 단순화이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역할의 구분은 인간종에 국한되지 않고, 거의 모든 생물 종의 좌우 반구가 이런 식으로 진화되었음을 볼 때, 뇌과학적으로 올바른 설명임과 동시에 실용적인 틀임을 긍정한다. 반항기 넘치던 대학 시절 논문을 시작으로, 수십년간 시행해온 자신의 연구를 포함, 역사적 사례와 세간의 통념, 전세계에서 이루어진 과거 및 현재의 연구들(다방면의 동물 연구까지)을 망라하는 탐구 정신은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그 섬세한 탐구 정신이 담긴 글에서 올리버 색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둘은 친구이자 동료이기도 했다. 아마 둘이 공유하고 있는 그 정신이 매력적인 글의 전제 조건일 것이다.
아무튼 골드버그는 익숙함과 새로움이라는 두가지 축을 중심으로 뇌의 다양한 영역과 기능이 다층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가 창의성임을 논증하고, 이 두가지 반구의 특징을 중심축으로 하여 뇌의 전방위적 탐구를 진행한다. 그 층위는 뇌의 저장된 정보를 레고처럼 조합할 수 있는 전두엽의 각 세부 영역에서 시작해, 내부적 활동을 주도하는 후두엽, 뇌의 전 영역에 걸쳐있는 여러 신경망, 뉴런과 분자 단위에서 작동하는 세포 구조와 익숙한 정보의 반복을 촉진시키는 도파민의 세부 종류, 새로운 정보의 탐색을 촉진시키는 호르몬 등의 차이까지 이어지는데, 이와 더불어 역사 속 창의적 개인들의 사례와 수화를 배운 영장류, 똑똑한 일부 조류층, 자신의 애완견, 남녀의 성차이 사례까지 탐구의 줄거리로 끌어들인 덕분에 그의 주장은 점점 더 견고하고 설득력 있는 사실이 된다.
이러한 세심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뇌는 그 자체의 신비성과 복잡성 때문에, 연구자로 하여금 모순적 해석을 파생시킨다. 어느 연구에선 창의성에 도움이 되고 어느 연구에선 창의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식의 상충적 결론은 저자 또한 인정하고 있는 뇌과학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총체적인 연구 분석을 통해 부정할 수 없음을 밝혀낸 것이 있다(뇌의 전체성, 복잡성을 제외하고). 창의성을 대표하는 두가지 요소인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다. 이 표현은 노력의 양적 가치를 강조하는 말일 수도, 영감의 질적 가치를 강조하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골드버그의 입장에서 볼 때, 노력은 전두엽으로 대표되는 의식적 추론 능력이며, 영감은 전두엽이 비활성화되었을 때, 상보적으로 활성화되는 뇌의 비전두엽 영역이 가진 무의식적 활동이다. 그리고 그는 이 두가지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창의적일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 활동들의 매커니즘은 상당히 흥미롭다. 먼저 앞서 말했듯이, 뇌는 좌우분업을 통해 여러 정보들을 각자의 영역에 각자의 신경망으로 저장하고 있다. 그러면 전두엽은 이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뇌 전체에 퍼진 신경망을 활성화시킨다. 각 영역에 저장된 정보들은 뉴런에서 뉴런으로 복사 데이터를 만들어 전두엽을 향해, 서로의 신경망을 향해 정보를 물리적으로 이동시킨다. 이 첫 번째 공명이 앞서 말한 전두엽의 추론 능력이다. 두 번째 공명은 뇌 전체에 퍼진 이 새로운 정보 지도가 전두엽 영역이 비활성화된 뒤, 비전두엽 영역에서 내부적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유레카의 사례가 바로 이 활동의 가장 전형적인 예시이다. 이런 설명을 읽고 있자니 딴짓하는 사람이 더 창의적이라는 유튜브 썸네일이 떠오른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는 아무런 노력도 안하고, 아무런 고민도 안하고, 아무런 전문성도 갖추지 못했지만 느닷없이 창의적 결과물을 내놓은 일화가 아무 근거 없는 낭설일 뿐이라 일축한다. 역사적 사례는 물론, 뇌가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골드버그의 요지는 이렇다. 창의성은 뇌의 어떤 핵심 부위가 가진 단일한 능력이 아니다. 창의성은 뇌의 거의 모든 부분이 각자의 역할을 유기적, 상보적으로 연계하여 수행할 때 발생하는 파생적 현상에 가깝다. 현저성, 범주화 및 전문화, 고유성 식별 및 새로움 탐색, 뇌 전체의 연결성, 의식적 추론과 무의식적 활동의 상보적 연계, 피질과 신경, 뇌량 등 밀도. 뇌, 창의성은 말그대로 부분의 합보다 수천배 큰 전체의 개념이다. 이것만 하면 되나요? 이것만 하면 됩니다! 식의 ㅇㅇ 팔이들은 모두 이 책 앞에서 근거 없는 낭설로 취급될 뿐이다.
사회는 창의성을 길러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타고난 기질에 좌우된다는 뇌의 특성 때문에, 창의성 측정이라는 난제 때문에, 어느 누구도 창의적 개인을 양성하는 방법을 모른다. 골드버그 또한 비고츠키가 제안한 정신의 도구라는 개념과 미네르바 대학의 사례를 들며, 그나마 유의미한 성과를 소개해줄 뿐이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사회는 특출한 천재적 개인을 길러내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평범한 개인들로 이루어진 천재적 팀을 양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엘코논 골드버그는 좋든 실든 간에, 우리는 종으로 횡으로, 과거의 거인들과도 현재의 인재들과도 협업을 하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그것이 예나 지금이나 창의성의 비밀이었음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탁월한 이해를 선사해준다. 전문성을 갖추고,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고민하고, 열심히 쉬며,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함께 일하는 것. 우습지만 그것이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이 책이 왜 절판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개추. 근데 독갤에 올리는 감상문은 길이 좀더 짧아야 사람들이 많이읽음 다음에도 감상문 열심히 써오셈
ㅋㅋㅋ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