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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서양권 작품들 번역체가 좀 껄끄러워서 자주 안 보는데

이방인도 그렇고 데미안도 그렇고 한 번 읽어보고 싶게 하는 유명세가 있어서 읽어봄

과거에 읽었던 이방인만큼의 강렬함은 적었는데 이방인보다는 보다 적나라하게 자신의 사상이 적혀있다는 인상을 받음.

뭐 해설본을 봐본 적도 없고 워낙 어려운 책이라 얕은 견문으로 내가 느낀 건

일단 니체의 영향이 매우 강하게 느껴진다는 거.

부조리에 대한 결론으로 극복이라는 테마를 꺼내고 있으니 상당히 능동적인 사상가인 것 같음.

인간이여 꿈을 가져라 그리고 그 꿈에 헌신해야한다. 하지만 그 꿈이 영원하리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게 내가 데미안을 읽고 제일 크게 느낀 메시지였음.

내가 20대 초반부터 지금 30대에 이르기까지 에피쿠로스를 좋아해서 그 사상이 뼛속까지 녹아있는 사람인데

에피쿠로스의 반대인 스토아 학파와 매우 비슷한 성향을 지닌 사상가임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비슷해서

사실 나는 읽으면서 공감 꽤 많이 한 것 같음.

카인의 징표라는 것이 무엇인지 확연하게는 안 잡혔음.

느낌적으로 표현하면 이 두 개중 하나라도 갖추면 카인의 징표를 가진 사람으로 묘사되는 것 같았음.

1. 군중의 사상과 행동에 영향을 받지 못하고 자기자신이 무엇인지를 추구하는 자

2. 구세계의 사상을 거부하고 새로운 사상을 추구하여 변화를 추구하려는 자

후자의 경우는 후천적인 요소로 읽혔고 전자의 경우는 나만 그렇게 읽은 걸 수도 있는데 선천적인 요소로 느껴졌음.

군중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게 아니라 받지 못하는 식으로 표현되니까 일단 싱클레어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인 싱클레어를 보자마자 데미안이 엄마한테 카인의 증표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봤어요 하는 것만으로도 약간 선천적으로 특별한 사람을 말하는 것 같았음.

마지막에 전쟁장에서 군중의 일부여도 사상에 자신을 내바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싱클레어가 나오는데

카인의 증표와는 조금 다르게 느꼈음.


뭐 요약하면 부조리철학은 아니었던 것 같음.

문장속에서는 세상에 던져진(投)이란 표현이 몇 번 등장하는데 부조리에서 말하는 기투와는 본질은 같을지 몰라서 해석이 매우 다른 느낌이라.

내가 일본 번역본으로 읽어서 한국어로는 또 다르게 표현됐을지도 모르겠음.

왜냐면 이 소설은 여전히 사회와 세상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 때문임.

물론 인간이여 꿈을 가져라 하지만 그 꿈이 영원하리라 믿지는 말라는 말은 본질적인 의미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느껴지긴 하는데

아직 세상을 포기하지 않은 부조리철학 한 발자국 전의 사상 같은 느낌을 받았음.


재밌었습니다. 읽고나서 할 말이 이만큼이나 있다는 것부터가 재미의 방증이긴 함.

그런데 내 마음에 크게 울린 작품은 아니긴 함. 이전에 강렬한 소설들을 너무 많이 읽어서 그 당시에는 센세이션해도

음 좀 들어본 이야기군 같은 느낌이 강해서 그런 듯.

역시 순서가 중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