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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두가 작문만 한다면 정서는 누가 합니까?"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장 먼저 눈에 띈 특징은

바로 주인공인 마까르와 바르바라가 서로 "편지"라는 매체만을

매개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서사가 진행된다는 부분이었는데요


여기서 저는 왜 작가가 굳이 상호작용이 어렵고, 시간적 제약을 받는 "편지"라는

특이한 구조로 서사를 진행시켰을까 의문을 가졌습니다


어째서 작가는 여러가지 제약을 받는 편지라는 특이한 구조로 작품을 구성했을까요?


여기에 대하여 제가 내린 결론은 바로 편지라는 매체가 갖는

일방성과 "글"이라는 한층 심화된 수단만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편지는 서로 대면해서 의사소통할 때보다 훨씬 제약도 많고

표현도 어렵다는 점에서

어릴 적 기숙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바르바라와

상대적으로 교육을 받지 못한 마까르의 문장 구사력, 표현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또한 마까르가 바르바라에게 보낸 편지의 개수와 바르바라가 답장한

편지의 개수 차이


감정적이고 횡설수설하며 낙천적이고 심지어 장광설로 비추어지기까지 하는

마까르의 편지 내용과


현실만을 직시하며 절제되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과 의례적인 답변들로

가득한 바르바라의 편지 내용을 단번에 훨씬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도스토옙스키는 편지라는 매체를 통해 서사를 진행시켰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제가 핵심적인 줄기로 꼽는 두 가지는

"물질적 빈곤"과 "정신적 빈곤"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의 가치가 어떤 방식으로 서사에서 줄기 역할을 하는지

알아봅시다


여기서 세 명의 인물을 대략적으로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마까르 알렉세예비치입니다.


그는 중년의 가난한 남성으로 바르바라를 진심으로 좋아하며 마음이 따뜻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는 바르바라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가난한 그녀의 형편을 돕고자

자신의 살림살이를 팔고, 봉급을 가불하며 빚을 지면서까지 그녀를 돕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마까르는 물질적으로 빈곤해지고 이는 그의 정신을 타락시킵니다.



두 번째로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입니다.


그녀는 가난하고 병약한 젊은 여성으로 어릴 적 겪은 사건들로

가슴속에서는 정신적 풍요를 원하지만 현실을 직시해

물질적 빈곤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을 보입니다



세 번째 인물은 뽀끄로프스끼입니다.


그는 바르바라가 과거를 회상했을 때 등장하는 가난하고 병약한 젊은 대학생이며

가난하지만 돈이 생기는 족족 책을 구매하는 문학 자체를 사랑한 청년이며

바르바라의 첫사랑이기도 합니다



1. 정신적 빈곤이란 무엇인가?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물질적으로 빈곤하며 당장 먹고사는 어려움 때문에

문학과 책, 생각의 가치를 무시하고 단지 먹고살기에 급급하게 됩니다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물질에 대한 집착이 제가 생각한 정신적 빈곤이라고 생각합니다.


2. 정신적 빈곤의 해소?

먼저 도스토옙스키는 정신적 빈곤의 해소법으로 문학을 제시하였습니다.

뽀끄로프스끼와 바르바라의 서사 중에서

단순히 사제 관계였던 그들이 책을 매개로 연결되며 행복을 느끼고 충만함을 찾는다는 서사와

물질적 빈곤으로 병들어 죽은 뽀끄로프스끼와 바르바라의 부모님을 회상하며

바르바라 또한 여유를 잃고 물질적 빈곤의 해소라는 목적을 추구하다가

결국 결말 부에 물질적 빈곤의 해소를 위해 자신의 영혼을 비꼬프에게 파는 결과를 만들고


정신적, 물질적으로 빈곤한 마까르가 바르바라와의 신뢰를 깨고 단순히 눈에 보여지는

외투, 신발 등 보여지는 물질적 가치에 집착한 나머지 정신적으로 타락하게 되고

결국 그의 상관의 도움으로 물질적 빈곤에서 헤어나오게 되었을때

정작 훨씬 중요한 가치였던 바르바라와의 관계를 놓치게 되는 결과를 야기합니다.


또한 글의 구성을 편지 형식으로 구성하여 바르바라와 마까르의 표현력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지속적으로 작중 인물들이 문학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서술합니다.


3. 무엇이 옳은가?


마음이 따뜻하나 배움의 기회가 없었고 러시아의 추운 겨울에 살아남기 위해

외투, 신발, 방값 등 물질적 가치에 집착 해야 했던 마까르


정신적으로 충만했으나 물질적으로 가난하여 결국 병들어 죽게 되는 뽀끄로프스끼


이 서사를 통해 저는 해결할 수 없는 두 가지의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첫째는 과연 배울 수 없는 환경과 당장의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정신적 빈곤의 해소를 우선시

할 수 있겠는가?


둘째로 마까르의 경우처럼 물질적 빈곤의 해결 이후에도 정신적으로 타락하여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위 두 가지 가치를 스스로 판단하며 다시 한번 책을 재독한다면

훨씬 더 작품이 재밌어지리라 장담합니다.


4. 마무리


이 소설이 담고 있는

가난이라는 장벽 앞에서 개인이 무너져가는 과정과

전해질 수 없는 편지라는 좌절감에 저 역시 좌절하고


정신적 빈곤과 물질적 빈곤의 가치 판단을 열린 결말을 통해

유보시키는 서사를 통해 고민하였고


문학에 대한 그의 관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나친 물질적 가치의 추구가 불러올 파국을 경계하고

진정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그 선택에는 정답이 없다는 점이

도스토옙스키가 이 작품을 통해 얘기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