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내 생각은 외박은 안 된다는 거야. 이 점이 가장 중요해."

  "글쎄 아빠는 그저 안 된다니 왜 안 돼요?"

  "그럼 내가 묻겠다. 옥아 넌 교인이던가?"

  "아이 참 누가 교인이래요?"

  "그럼 크리스마스가 어쨌다는 거니?"

  "크리스마스니깐 그렇죠."

  "뭐가?"

  "크리스마스지 뭐긴 뭐야요?"

  "철아 네 생각은 어떻니?"

  "글쎄요."

  "너는 무엇이든 글쎄요구나. 좀 이건 이렇구 저건 저렇다는 식으루 시원시원해질 수 없겠니?"

  "아버님 불초의 이 자식을 꾸짖어주세요."

  "넌 날 상대로 신파를 할 셈이냐?"

  "아빠, 너무 오빠를 나무라지 마세요. 오빠는 좋은 인간이에요. 그리구 그 사람은 고독한 사람예요."

  "그래? 철아, 넌 고독하냐?"

  "글쎄요."

  "또 글쎄요구나."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네 일이니깐 잘 생각해보아라."

  "아빠 그럼 전 가요."

  옥이는 일어설 기세를 보였다.

  "안 된다!"

  아버님이 얼마나 꽥 소리를 지르셨던지 옥이는 새파래지면서 주저앉았다. 나는 좀 심하시지 않은가 생각했다.

  "글쎄 왜 그러세요?"

  "몇 번 말해야 알겠니?"

  "다들 오늘 저녁은 밤샘을 하는걸요."

  "왜 그런다더냐?"

  "아이 속상해, 왜는 왜야? 크리스마스니깐 그런대두요."

  "계집애들한테는 얘기했자 끝장이 없구나. 철아, 우리 남자들끼리 얘기해보자. 글쎄 크리스마스에 온통 이렇게 난리를 하니 어떻게 된 일이냐?"

  "글쎄요."

  "크리스마스면 예수가 난 날이라지. 예수교인이면 밤새 기도두 드리고 좀 즐겁게 오락도 섞어서 이 밤을 보내도 되련만 온 장안이, 아니 온 나라가 큰일이나 난 것처럼 야단이니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니?"

  "아버님 손 데시겠어요."

  아버님은 황급히 담배를 비벼 끄면서 나한테 고맙다는 치사를 하였다. 나는 아버님이 군자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했다.

  "창피한 일이 아니냐?"

  "글쎄요."

  "창피한 일이다. 정신이 성한 사람이 보면 얼마나 우스꽝스럽겠느냐. 넌 남의 제사에 가서 곡을 해본 적이 있느냐?"

  "뭐, 없어요."

  "그것 봐라. 원래 옛날에는 종족마다 수호신이 있지 않았니? 그래서 한 해에 한두 번씩 제사를 크게 차려서 신을 위로했지. 옛날에 한 종족이 다른 종족에 굴복했다는 증거는 정복자의 신을 섬기는 것이었지."

  나는 아버님의 말씀을 잠깐 중단시키고 말했다.

  "아버님, 말씀이 좀 불온해지십니다."

  "불온하다니? 얘가 너는 나를 사상적으로 몰 생각이냐?"

  "사상적으로라뇨?"

  "그럼 불온하단 건 무슨 소리야!"

  아버님은 와들와들 떨었다.

  "진정하세요. 너무 흥분하셨어요."

  "오냐 내가 좀 지나쳤다."

  우리는 말없이 한참을 앉아 있었다. 창문 밖에 선 오동나무가 몸을 흔드는 기척이 알릴 만큼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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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크리스마스 날 밤에 외박하는 거 꼴보기 싫다고

잔소리로 반나절을 때워서 아침까지 집에서 못 나가게 만든다는 줄거리의


최인훈의 <크리스마스 캐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