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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의 따뜻한 선행에 맘이 다 뭉클해지네요^^
서간체 형식: 차포 다 떼고 인물 간의 생각 공유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형식. 그만큼 비언어적, 반언어적 표현들이 줄어드니까.
다시말해 작가가 서간체 형식을 택했다거나, 특정 부분에서 편지를 등장시킨다면 그건 독자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를 축소시킴과 동시에 오로지 핵심만 담긴 장면으로 만들고자 하는 거라 생각함.
주인공 둘: 가난한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지만 둘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생각함. 물론 공통점도 있음;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거.
가장 중요한 차이는 한쪽은 그 인물의 과거나 속내를 알 수 없고 오로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물질 세계에서의 감정적 반응만을 볼 수 있다는 거고다른 쪽은 그래도 그 인물이 여기까지 이르게 된 경위와 과거, 정신 속에 틀어찬 의식의 기둥,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와 전망 등을 알 수 있지.
한 순간의 가난을 표상하는 존재와 시간 속에 사며 자신의 가난을 표상하는 존재, 이는 앞에 편지 형식과 결합되어 "가난-개인"이 "가난-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담아낸 것처럼 보임. 왜 후자가 세계냐고? 세계라는 단어가 거창해서 싫다면 주변, 영역, 반경 등 개인의 제하고 주변을 둘러싸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는 바운더리로 알아서 이름 붙히셈.
그리고 이는 가난의 가장 포괄적인 두 경우를 제시한다: 처음부터 찢어지게 가난하거나, 살만했는데 찢어지게 가난해지거나.
자존심: 도끼 소설을 두고 관념이 팔다리를 뿌리내려 걸어다니는 소설들이라 얘기한 적이 있음(아니면 누군가의 인용일지도). 초기작인 <가난한 사람들>에는 그런 특징 보이지 않음. 대신에 팔다리를 가지고 허우적대는 존재는 바로 가난한 이들의 자존심임.
사실 바르바라는 이전에도 알렉세이와 같은 인물을 만난 적이 있음. 본인의 첫사랑인 대학생의 아버지지. 그리고 이 그녀의 회상이 담긴 노트 속에서 아버지는 정말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고 장렬히 퇴장하는데: 품 속에 아들의 책을 가득 품고, 죽은 아들의 관을 쫓으며 흩날리는 책장, 종이, 표지, 책들은 땅에 떨어지고 물에 젖고 찢기고 흩어지고. 난 이 장면이 무식하고 가난한 존재가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존심을 위해 발악하는 눈물겨운 장면으로 읽혔음.
또한 알렉세이는 굉장히 자존심이 센 인물이지. 소설에서 행동하는 것만 봐도, 고골의 <외투>를 누군가의 가난만 부각한다 싫어하고, 주변 인물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들키기를 극도로 꺼리며, 상관에서 인정받고싶음과 동시에 자신이 존재함을 들키며 그 순간이 민폐이기에 자기는 부끄러움이 죽어버리고 말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등 아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임. 다만 그 자존심이 누군가로부터 배타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막 같지.
프랑스의 자존심이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 꽂꽂하게 죽어가기 위한 보험과 같은 영역이라면 러시아에서의 자존심은 밑바닥까지 가난하게 떨어지고 나서 죽음을 곁에 두고 지내다 보면 자기자신도 스스로 인간인 것을 망각할 것 같아 자신은 인간이라고 길길이 날뛰며 주장하고 싶어 안달난 면허증 같은 거라고 할까.
미래: 반면 바르바라는, 한 번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남부럽지 않게 살아본 사람이라 그런지 그녀의 관심은 가난의 탈출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사실 그렇기에 그녀는 알렉세이처럼 배타적인 자존심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자존심은 처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어느정도 굽힐 수 있는, 자존심은 그저 그런 탈출을 감행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처지가 부끄러울 때 튀어나온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편지 내내 다투고 있다(물론 상호 간의 애정은 충분하다). 바르바라가 보기엔 알렉세이는 편집증적이고 재물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며 알렉세이가 보기에 바르바라는 굳이 긁어부스럼을 만들고자하는 헛짓거리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둘의 과거의 차이가 가난에 대처하는 태도의 차이를 만들고 이는 둘 사이의 의견 대립을 지속적으로 촉구한다.
결말: 결말부는 따뜻함과 미래에 대한 비극적인 전망이 동시에 감돈다. 알렉세이는 그의 자존심을 절망까지 떨어트리고 나서 꽁돈이 떨어진다. 바르바라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탈출구를 선택하고 그 속으로 달려나간다. 그러나 회생의 기회가 주어진 것처럼 보이는 알렉세이와 다르게 바르바라의 미래는 어두움이 확실해 보인다(물론 알렉세이도 중간관리직을 갈구는 상관의 불같은 태도에서 조만간 큰 물결이 닥치게 될 것을 어느 정도 암시를 읽어낼 수 있다).
결국 두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각자의 세계에서 탈출하는 것이었다. 알렉세이는 좀 더 자신을 열어볼 수 있어야 했고 바르바라는 자신의 배타적인 자존심을 조금 키웠어야 했다.
추측: 관념이 상실된 도끼라니! 신선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인물을 이미 하나 알고 있다. 바로 <백치>의 주인공 미쉬낀이다. 미쉬낀은 백치라는 이명답게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서 관념이고 뭐고 복잡함이 없다. 그냥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 그리고 배배꼬인 귀족 세계에서 이 통하지 않는 두 도식을 들고 분통을 터트리며 백치라는 이명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다.
어쩌면 미쉬킨은 수감 생활 이후 편집증적이고 정신 분열적이며 관념적이고 광기의 논리를 간직한 겨울 눈보라의 인물들 사이에 홀연히 도착한, 알렉세이와 같은 초기작의 자존심 가득한 따뜻한 봄바람 같은 인물이 아니었을까? 독회를 따라가며 <백치>를 읽다보면 알 수 있겠지.
결론: 나쁘지 않네 도끼팬이라면 추천. 도끼까라면 이거까지 읽고 더 탄탄한 독서 경력으로 까기. 둘 다 아니라면 살다보면 도끼 읽을 일이 있을테니 그때 한 번 들춰봐.
잘 읽음 개추. 짧은데 좋지
근데 왤케 빡셌을까... 진짜 기어가면서 읽은 듯
결국 안 이루어졌다는 거에서 백야도 생각남... 도끼는 절대로 주인공을 행복하게 두지 않는 걸까
죄와 벌은 행복했잖어 뭐
재밌게 읽었어 덕분에 내 독서도 풍요로워진다
나 최근에 개인회생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상담해봤는데 대충 상담해주는데는 정이 안가더라
https://replyalba.com/pt/DzzkxA1x5T
여기 갤에서 추천받은 곳인데
추천받고 연락했다니까 신경 잘 써줬음ㅋㅋ
내가 상담했을때는 좀 성의껏 상담해줘서 좋았음 가격도 나쁘지않고ㅋㅋ
저기서 안해도 되는데 발품은 최대한 파는게 맞는듯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