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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이 쉴새없이 달려나가면서 사정없이 터트리는 소설이었다면 파시는 조용하게 가라앉은 바다 같으면서도 그 안에서 사물의 움직임이 어지럽게 오고가는 그런 모양새
김약국이 결국 행동으로 인한 결과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져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파시는 상호 간의 작용은 많으나 어딘가 명쾌하지 못하게 불완전연소로 끝나 매캐한 연기만 오르는 그런 느낌
파시는 생선 매매가 오가는 아침의 경매를 말하는데, 각각의 생선을 매대에 올려두고 서로 값을 부르고 고성이 오가고 무언가 바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생선으로부터 흐르는 비린내를 머금은 바닷물은 서서히 바닥을 적셔간다.
잠시간의 소동 후, 거래는 끝나고 각자의 생선을 싣고 떠나고 나면 파시가 열렸던 장소는, 바다의 꿉꿉함을 머금은 채 자리의 내력과 성격을 곧잘 자랑하기 시작한다. 알멩이인 생선은 간데 없고 핏물과 점액, 소금기와 해조류만이 바닥에 눌러붙어 그 존재를 과시한다.
낱말 그대로 소설은 그러한 분위기를 풍긴다. 김약국의 배를 넘는 등장인물들과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관계도, 남해안 해안가 전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지형적 스케일에 비해 모든 소재들은 매대에 널린 생선들처럼 물기만 툭툭 흘리며 어떠한 인상깊은 서사적 진행을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그 흘러내려가는 물기들의 흔적을 지켜보며 그 시절을 휩싸던, 김약국의 장엄하고 고전적인 비극 종합세트와는 다른, 일상 속에서 사람들의 상념을 젖게 만들어 어딜 걸어다녀도 서로에게서 비린내가 진동함을 눈치채게 하는 기이한 운명의 발자취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실 다른 거 다 떠나서 문장들이 너무 좋다. 반전이 있다길래 스포 당하지 않으려고 갤에서 읽는 내색 거의 안 했지만 읽는 동안 꾹꾹 눌러담은 하드보일드하면서도 아름다운 표현과 문장들을 얼마나 자랑하고 싶던지. 서사의 진행이 확 죽은 대신에 문장들 읽는 재미만으로도 읽는 값어치가 있다.
반전 요소는 좀 뜬금없을 수도 있다 생각하는데, 본문에서 얘기한 축축한 그 분위기로 그 대상을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함. 혼자 백조처럼 떠있는 존재가 알고보니 이 파시에 끼어든 또 다른 생선이었던 그런
그만좀열심이읽어 - dc App
너무 잘 읽엇슴 - dc App
1일 전에 못 읽은 거 다 마무리 해야한다고!!!
<시장과 전장>과 기법적으로 완전히 대비되는 것 같이 느껴졌음.. <토지>를 제외한 최고작으로 흔히 김약국이랑 시전을 거론하지만 갠적으로 꼽는 박경리 장편 원픽은 <파시>임
캬... 시장과 전장도 기대되네 박경리 남은 장편들은 토지랑 병렬할 거 같지만 얼릉 읽어봐야겠다
평론가같이 말하노 - dc App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