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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경성에 경성제일고등여학교(이하 경성여고)가 세워졌다. 조선에서 현모양처 양성을 위해 건립된 이 학교의 개교일에는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참석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다. 한일합병 이후에 대부분 조선땅에서 태어난 소녀들은 조선이 하나의 나라였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경성의 엘리트 교육시설에서 한 명의 현모양처로, 식민지배의 구조를 공고히하는 기관으로 육성되었다.

이 책은 식민지 조선에서 경성여고라는 엘리트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기록, 인터뷰 등에 기반한 식민지배연구다. 미시적 차원에서 거시구조를 탐구한다.
경성여고생들은 식민자의 지위에 있으면서 식민지조선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며, 조선인을 타자화하면서 평온한 삶을 살았다. 식민지배를 신경쓰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식민지배의 구조가, 조선인과 일본인을 구별하고 조선인을 보지 않게하는 구조가 내제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그시절을 회상하는 방식은 다양했다. 추억회상을 하거나, 가시적인 차별에 불편한 마음만을 갖거나, 미안한이나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책임을 회피하거나, 시민지배에 대해 반성하거나.

이 책의 방향성은 두가지로 보이는데 개별 일본인에 대한 악마화를 피하면서,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전자는 마치 개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렇지는 않다. 역사인식과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본인이 일본인을 대상으로 썼기 때문에 이렇게 썼겠구나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한국인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가 하나 떠올랐다. 교과서에 있는 한 문장. 베트남전쟁은 한국의 경제성장에 있어서 중요했다. 일본이 한국전쟁으로 갘은 말을 한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화낼까. 어디에도 베트남 민중의 아픔은 남아있지 않다. 심지어 우리 할아버지의 기억속에서도 베트콩은 적이면 사람이지는 않았다.

이 책은 식민지를 식민자의 시선으로 보고, 그곳을 떠난 식민자가 이를 어떻게 해석해서 체험을 경험으로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아주 쉽게 쓰였기 때문에 읽기 쉽지만, 이런 미시사적 구보주의적 연구방법론을 처음접하는 사람은 주의하길 바란다. 과거는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해석의 체계다.
이들은 패전을 전쟁의 시작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내지(일본)으로 보내졌고 식민주의 구조를 지탱하던 제국은 무너졌다. 그들은 고향 땅 뿐만 아니라 관념으로서의 고향도 잃었다. 내지에서는 이방인의 취급을 받았다. 이들은 착취자에서 이방인이 되었다. 사회의 다면적인 측면을 보고자 한다면 식민자의 기록도 통찰해야할 것이다. 전쟁하지 않고자 한다면 전선을 지워야한다. 그렇다면 정치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릴 것이다.

정치를 단순한 거시정치권력으로 본다면 한일관계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를 우리와 남을 구분하는 문제의식, 정체성에 대한 문제, 타자에 대한 문제,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로 생각한다면 어떤면에서든 관계는 나아질 것이다. 이 책이 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식민주의의 구조가 내제화되었어도 우리랑 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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