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의 핀볼, 53p】


한 계절이 문을 열고 사라지고 또 한 계절이 다른 문으로 들어온다.

사람들은 황급히 문을 열고 이봐, 잠깐 기다려, 할 얘기가 하나 있었는데 깜빡 잊었어, 하고 소리친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다. 문을 닫는다.

방 안에는 벌써 또 하나의 계절이 의자에 앉아서 성냥을 켜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다.

잊어버린 말이 있다면 내가 들어줄게, 잘하면 전해 줄 수 있을지도 몰라, 하고 그는 말한다.

아니, 괜찮아, 별로 대수로운 건 아니야, 하고 사람은 말한다.

바람 소리만이 주위를 뒤덮는다.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하나의 게절이 죽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