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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 신년시」



  토끼여, 찬성이로다.

  용궁 낙성연의

  너비아니 얻어 먹을 생각,

  삼팔 마고자도

  한 벌 얻어 입을 생각,

  토끼여 찬성이로다.


  토끼여.

  이러한 그대의 구차한 생각,

  그대의 그런 아방뛰이르

  두루 찬성이로다.


  그러고 토끼여.

  만 길 운명의 바다 위에 드러난 사실,

  떨리는 네 간장,

  네 거짓말도 찬성이로다.


  그러고 토끼여.

  맞속이어 돌아오는 거북이 등 위의

  아찔한 아찔한 드릴의 바람,

  되돌아와 밟아 보는 고토(故土),

  다시 역시 먹게 된 도토리 도토리,

  그것도 찬성이로다.


  (一九六三年 一月 一日)



- 『서정주문학전집』(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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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한 주변적인 사실 가운데 흔히 이야기되는 것의 하나는 잘 쓴 기념시 또는 행사시라는 것이 아주 드문 것 같이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념시가 내포하는 필연적인 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기념시를 읽는 기분이란 마치 내가 안 믿는 종교의 행사에 참석했을 때에 느끼게 되는 기분과 비슷하다. 시 속에서 이야기하는 대상에 대해 별 감정이 없는 처지에서는, 화자의 열렬한 노래에 감화를 받기는커녕 거리감만 더 느끼게 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서정주가 쓴 기념시 또한 지금의 기준에서 읽으면 시원찮은 구석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기념시로서는 드물게 재미있게 읽히는 사례가 몇 편이 있는데 위의 시는 그 중 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시를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이 시가 왜 신년 기념시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1963년이면 올해로부터 딱 60여 년 전이니 토끼 해였을 것이고 시인이 자연스럽게 토끼전의 소재를 떠올렸으리라는 생각은 든다. 토끼전의 토끼를 향해 뱉어진 '찬성'이라는 표현은 절대적 동의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하는 다소 은근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토끼의 행적은 절대적으로 동의할 만한 것은 못 되지만, 대체로 동의할 만한 측면들은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시의 전반부에서 그것은 '구차'함과 '아방뛰이르'의 삶의 태도를 가리킨다. 그것은 나쁘게 말하면 세속적이고 무모한 것이지만, 삶에서도 약간의 구차함과 아방튀르가 있을 필요는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시의 후반부에서 그것은 '거짓말'을 가리킨다. 토끼의 거짓말이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것은 4연에서 보다시피 그것이 목숨의 부지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고, 더구나 그것이 먼저 거짓말한 상대를 맞속인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3연에서 보다시피 거짓말은 '거짓말' 자체이면서 동시에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사실'로서 이해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과장을 보탠다면 욕심과 거짓말의 서사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는 토끼전의 해석을 통해 서정주 특유의 가치관을 재확인할 수 있는 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