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수 많은 이들이 나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스쳐지나는 것을 잡을수도 없거니와 잡으려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고,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혼자가 되어있었다. 내게 있어 유일한 구원은 '작품' 을 만드는 것이다. 작가로써 글을 쓴다는 건 당연한 얘기지만 여태까지 제대로 쓴 '작품' 은 하나도 없었다. 쓰다 지우고,쓰다 버리고,이를 반복적으로 몇 년 간 지속해 왔다. 이런 방황 속에서 버틸 수 있는 버팀목도 있었는데,언젠가 내가 뿌리채 뽑아버렸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남아있는 가족은 없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셨고,어머니는 작년 암 투병 도중에 숨을 거두셨다. 이후 유일하게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던 여자친구마저 헤어지자는 소식을 전해왔다. 다정한 내가 좋아서 곁에 머물렀는데,변해버린 내가 너무 낯설게 느껴져 곁을 떠날 수 밖에 없다고. 그게 이유였다. 지인들과도 소식이 끊긴지 오래됐다. 다들 저 마다의 일상을 살아가느라 바쁘고,별 볼일 없는 작가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따위는 없으니까.

그렇게 견디면서 '작품'을 쓰다가,홀로 남겨진 고독에 몇 번씩이나 손목을 그었다. 그때마다 남는 것은 쓰라린 고통 뿐 이었고,죽음조차 나를 외면했다. 아니,내가 정말로 죽고 싶었던거라면 우울증약을 처방받지 않았을거다. 약을 먹지 않으면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고,갈수록 수척해지는 모습을 거울너머로 확인 할 수 있었으니,그대로 두었다면 분명 죽었을 것이다. 손목을 그은것은 단순히 무력감이 나를 삼킬 때 마다,스스로의 무력함에 저항해 보려는 의지를 내비춘 것 일 뿐,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마치 무인도에서 날짜를 계산하기 위해 동굴 벽이나 나무에 각인을 새겨넣듯이,필사적으로 발버둥친 횟수를 양 손목에 새겨넣은 것이다.

그 뒤 1년을 헤메이다보니 드디어 내게도 신이 찾아왔다. 성공의 신이 말이다. 우연한 계기로 얻은 아이디어에서 자신이 만족할 만한 그런 '작품' 을 만들어냈다. 권수로 따지자면 총 2권까지 써냈고,마지막 한 권 만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렇다. 내가 표절작가가 되기 전 까진 말이다.

이 이야기는 나의 도둑맞은 '작품' 과 '나' 를 위해 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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