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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나 엔리케스, <우리가불속에서잃어버린것들>
현대적인 단편소설의 장점/특징 중 하나는 이야기의 미완결성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에 의해 선택된 특정 시간 및 시점을 통해
소설에서 쓰여진 이야기의 전사는 구체적화되지 않은 채, 언뜻언뜻 흘리기만 할 뿐이고,
그래서 알 수 없는 상황에 던져진 주인공이 그 상황의 실체 혹은 그 상황이 초래한 결과물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에
이야기는 끝이 나고, 뒷이야기는 독자의 상상 속에서 완성되는 형식이
현대적인 단편소설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현대적인 단편소설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 소설이다.
(그러니까 공포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순간에 끝이 나버리는 이야기란 소리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란,
우리가 접하기 힘든 현대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현대 아르헨티나 작가가 쓴
현대적인 단편소설(그럼에도 약간의 고딕적인 분위기가 묻어난다는 점)이라는 점
즉, 이국적인 무드와 희소성에 더 큰 비중이 있다고도 생각했다.
다만, 표제작이자, 맨 끝에 실려있는 소설의 경우
남자들의 폭력을 더 이상 참지 못한 여자들이 스스로 몸에 불을 질러 흉측한 몰골을 한 채 살아가겠다는
래디컬 페미니즘의 기조 하에 쓰여진 소설인바,
그 때문에 이 책을 반드시 높이 평가하고야 말 것이라는 한국 문학계의 안쓰러움에 안쓰러움을 느꼈으니
그 역시 나름대로 성공한 시도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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